"방역지침 따랐는데 '찬밥신세'"…전시·컨벤션업계 '눈물'

입력 2021-02-26 20:13
수정 2021-02-26 23:14
여행업계에 이어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업계도 생존권 확보를 위한 대정부 시위에 나섰다. 26일 전시·컨벤션 관련 8개 협회·단체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입은 손실 보상 및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여행업계가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여행업 생존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지 5일 만이다.

이날 시위에 나선 전시·컨벤션 업계는 "그동안 정부·지자체의 집합금지명령 등 방역조치로 3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가 업계가 입은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1년 중 8개월을 아무것도 못한 채 날렸지만 재난지원, 손실보상 등 피해지원 대상에선 번번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전시주최자와 국제회의기획사, 전시디자인설치 및 서비스 회사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행사 줄취소 사태로 1년 매출의 70%가 날라갔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런 집합금지명령으로 떠안은 피해액만 수백 억원에 달한다. 코엑스와 킨텍스, 벡스코, 엑스코 등 대형 전시장도 지난해 가동률이 20%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에만 7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업계 피해는 전시가 2조원, 컨벤션(국제회의)이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인쇄·디자인, 의전, 물류 등 연관 업종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 규모는 최소 4조원을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위에 나선 협회·단체들은 "코로나가 확산할 때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내린 집합금지 및 거리두기 조치에 성실히 따르며 희생을 감내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청년 등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견디다 못해 소리없이 문을 닫은 업체들이 속출했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또 "정부의 방역기준이 현실성이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은 방역 2.5단계에서 아무런 입장통제 없이 정상 영업을 허용하고, 전시·컨벤션 행사는 16㎡당 1명으로 입장을 제한하는 건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집회 참가자는 "소상공인에게 여러번 지급된 재난지원금과 중소기업 대상의 긴급경영안전자금도 전시·컨벤션 업계는 우선 순위에 밀리고 조건이 까다로워 전혀 수혜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전시·컨벤션 업계의 코로나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나왔다. 한국전시장운영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열기로 한 행사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돼 열렸다"며 "민간에선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온갖 방역 아이디어를 동원해 행사를 여는 데 반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 부문에선 행사 개최를 기피해 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16개 전시장에서 열린 288건의 전시·박람회에선 코로나 확진자와 감염 전파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주최자와 전시장, 디자인설치, 서비스 등 업계 전체가 건물 진입부터 4~5단계에 이르는 겹겹이 방역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전시·컨벤션 업계에서 백화점과 동일한 방역기준 적용 그리고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 주최 행사의 정상 개최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대정부 시위에는 한국전시주최자협회와 한국마이스협회, 한국PCO협회, 한국전시장운영자협회, 한국전시디자인설치협회, 한국전시서비스협회,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한국무역전시학회 등 8개 협회·단체가 참여했다. 코엑스 텅 빈 전시홀에서 대정부 시위에 나선 협회와 단체는 ▲정부·지자체 집합금지로 입은 손실보상 ▲전시장·회의시설 방역지침을 백화점과 동일하게 개선 ▲정부 및 공공기관 행사 정상 개최 ▲긴급 자금지원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 기한 연장 ▲전시장 임대료 지원 등 6가지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관계자는 "전시·컨벤션 업계의 6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공동 성명서는 국무총리와 산업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각 부처 장관 그리고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등에게 공식 서한(공문)으로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