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에 속도를 내면서 경제 석학들 사이에 ‘인플레이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초대형 부양책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지를 두고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4일 이 싱크탱크 블로그를 통해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이 예상을 뛰어넘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랑샤르는 ‘아웃풋 갭(실질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 차이)’을 고려한 미국 경제의 수요 부족은 최대 9000억달러가량이며 승수 효과(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1조9000억달러는 경기를 과열시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억눌린 수요가 분출할 수 있는 점과 바이든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추가 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근접하는 수준의 경기 부양책은 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머스는 12일 프린스턴대 세미나에서도 “젊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다시는 문제가 안 될 것이란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바이든의 (부양책) 플랜은 과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부양책 규모가 경제적 스트레스를 초래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가 어리석은 건 아니지만 기우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으며 만약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더라도 미 중앙은행(Fed)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도 IMF 블로그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할 만한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부양책으로 2022년 물가상승률이 2.2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총생산이 3년간 총 5~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논란은 월가에서도 최대 화두다.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와 초대형 부양책이 맞물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 여파로 증시가 흔들리면서다.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달 14일까지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처리할 계획이다.
미 상원 사무처는 25일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인상안은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최저임금 두 배 인상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