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스타트업 좌담회] “뷰노 이후 바이오산업에 더 큰 폭발 일어날 것”

입력 2021-03-02 09:52
수정 2021-03-05 11:32


[한경잡앤조이=이도희·조수빈 기자] 2월 18일 좌담회를 앞두고, 국내 스타트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소식을 알렸고 토종기업 하이퍼커넥트는 10일 미국 데이트앱 틴더를 서비스하는 매치그룹에 17억2500만달러(약 2조원) 규모의 매각 뉴스를 전했다.

앞으로 또 어떤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올까.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한경잡앤조이가 18일 정부와 민간VC, 학교를 대표하는 전문가를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에 주목했다. AI 의료 솔루션 기업 뷰노에 이어 상장이나 대규모 매각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 기업이 대거 생겨날 거라는 예측이다. 과거 우수한 인력이 반도체 업계에 몰린 것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에 사람과 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세계 스타트업 판도를 뒤흔들 인재의 요람인 대학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학계 대표로 나선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은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계기로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게 고무적”이라며 “학부 창업에서 나아가 석박사, 교수들도 창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광현 창업진흥원 원장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
-사회: 김병일 한국경제매거진 편집장



김병일 편집장: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위기였다. 그러나 국내 창업계는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하이퍼커넥트 2조원 규모 매각, 뷰노 코스닥 상장 등 굵직한 성과들을 거뒀다. 이런 성과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이하 김영덕 상임이사): 3년 전 쿠팡이 적자를 조 단위로 낼 때, 미래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두 개 플레이어가 장악할 것이라 예측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손정의 소프트웨어 회장의 평소 투자전략이 ‘끝까지 간다, 죽기로 싸운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승산이 끝난 게임’이라고 확신했다. 투자업계에는 ‘승률이 9할이면 늦고, 5할이면 너무 빠르고, 7할일 때는 죽도록 싸운다’는 말이 있다. 쿠팡이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거고 네이버 정도가 유일한 맞수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고객의 눈높이보다 앞서가는 회사가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나도 결국은 승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쿠팡의 성공은 당연하다. 대신 하이퍼커넥트 매각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19와도 상관이 없지 않나. 하이퍼커넥트를 계기로 이제 한국인들도 건방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이나 미국인들은 아이템을 매우 자신 있게 심지어 뻔뻔하게 발표한다. 이 자신감을 발판 삼아 완성도를 높여간다. 반면 한국인들은 멋진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자신감이 부족하다. 이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핸디캡이라는 생각도 든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이하 손홍규 단장): 대학도 최근 학부기반의 창업에서 레벨업이 된 상태다. 대학원생이나 교원 사이에서도 창업 붐이 일고 있다. 3년 전에 교수를 대상으로 5000만원을 창업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당시 지원율이 저조했다. 최근에는 교수님들이 가진 기술로 창업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해 오신다. 특히 의대나 공대는 월급 수준이 다른데도 많은 교수님들이 창업욕심을 가지고 있다. 제2의 창업붐에 대한 조짐이 급격하게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수준이 아닌 박사, 교수 수준의 창업도 많이 늘게 될 것이다. 성공한 전례로부터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이 와서 직접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임팩트가 크다. 요즘 학생들은 앞선 사례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빌게이츠’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김광현 창업진흥원장(이하 김광현 원장): 쿠팡은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적자는 투자에 대한 대가였을 뿐이다. 테슬라도 17년 가까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하지만 현재 일본 토요타 3배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도 이제 제2의 벤처붐을 기대해도 되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인다. 손 교수님 말씀처럼, 대학에서도 김범석 쿠팡 회장을 본보기로 도전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끼와 깡이 있는 친구들의 새로운 도전의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김병일 편집장: 쿠팡의 사례처럼 투자자들은 당장 적자를 내는 기업에도 과감히 투자한다. 무엇을 보고 투자하는 건가.
김영덕 상임이사: 대표적인 게 고객 증가율이다. 이는 곧 미래 시장 장악률과도 연결된다. 시장을 독점했을 때 그 기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최근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보면 시장장악력, 유저성장률 순으로 성장해 매출을 올린다. 특히 이커머스의 경우에는 월/일 단위 방문객수가 중요하다.

김병일 편집장: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매서운 이 시점에서 정부, 민간, 대학 각 계의 역할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손홍규 단장: 대학 창업지원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격려(encourage)’다. 정부는 민간주도로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 학교들은 창업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투자 여력이 안 되는 대학도 많다. 대신 대학은 창업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 정부가 이 뜻에 공감해 대학이 창업교육을 강화하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학교가 정부를 통해 받은 지원금으로 학생을 ‘잘한다, 할만하다’고 북돋워주면 이들이 큰 힘을 얻더라. 민간 역시 청년 창업가를 전문 창업자들을 대하듯이 너무 엄격하게 하지 말고 북돋워주면서 민간과 연결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대학이 교육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키워낸 학생창업가들이 성공한 뒤 창업지원단에 기부한 금액이 10억원 정도 된다. 이렇듯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내고 있다.

김병일 편집장: 많은 스타트업이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인재를 길러낸다는 점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리라 본다.
손홍규 단장: 스타트업과 사회 및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학부에서는 우선 스타트업 인식 제고를 위해 스타트업 현장체험교육을 정규학점화 하고 장학금도 지급한다. 대학원 수준에서는 스타트업의 기술적 문제를 대학원생과 교수님이 함께 해결하는 매칭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이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 2020년 12월부터 CEO 강좌를 포함한 온라인 창업교육콘텐츠를 제작했고 이를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창업교육의 효과는 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창업 DNA를 배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병일 편집장: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각 계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손홍규 단장: 요즘 학생들은 대학교재를 PDF 파일로 본다. 교수의 역할 역시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 교수의 권위는 연구실에 가득 꽂힌 책에서 나왔다. 이제는 변했다. 수업시간에 교수의 설명에 대해 찾아보고 바로 틀렸다고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에 훤한 상황이 됐다. 교수들은 아카데미 디자이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교수는 책으로써 권위를 갖는 직책이 아니라 디자이너이자 ‘문제해결 코디네이터(problem solving coordinator)’라고 생각한다. 이제 교수는 과정을 도와주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김광현 원장: 창업지원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작년에 시범적으로 알고리즘으로 시스템화 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점검해봤는데 현장에서 점검하는 것보다 인력과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 알고리즘을 더 고도화할 예정이다. 온라인 멘토링 시스템도 재작년 개발에 돌입해 작년에 시작했다. 이사회, 간부회의 모두 온라인으로 하니 훨씬 편하다. 창업교육 동영상 플랫폼 ‘창업에듀’도 고도화 시키는 중이다. 2020년 182개 창업지원기관이 활용해 수료인원이 63만 명에 달한다. 이런 게 공공기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김병일 편집장: 코로나19 이후 특별히 주목받게 될 산업군을 예측한다면.
김영덕 상임이사: 뷰노의 사례에서 바이오 산업의 미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사람과 돈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80~90년대 수재들은 전부 전자공학과에 가서 삼성 같은 기업에 입사했다. 지금은 바이오다. 최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갔고 일부는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안목 있는 투자자들이 여기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파이가 커졌다. 이렇게 성공사례들이 하나씩 누적되기 시작해 5년 정도 지나면 폭발이 일어나 세계적인 기업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뷰노는 작은 사례다. 쿠팡 이상의 큰 사이즈로 바이오기업이 큰 폭발을 일으켜주면 앞으로 50년 정도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재가 모인 데다 성공에 따른 보상이 100배 이상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자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기대가 크다.

김광현 원장: 바이오의 잠재력에는 동의한다. 최근 뷰노의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서 공모가가 2만1000원으로 책정됐고 경쟁률도 1500대 1에 달했다.(일반투자자 공모 청약 경쟁률은 약 1100대 1을 기록했다) 물론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린 탓도 있지만 세계가 K-방역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영향을 줬다. 뷰노를 뛰어넘는 대박 의료기업이 더 나올 수도 있다.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이 같은 성공케이스를 내기 위해서는 창업계의 여러 플레이어들이 도와야 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가 창업 강국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K팝, 치안, 교통수단 등 기반이 마련돼 젊은이들이 진출하기 가장 좋은 시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보자. 현재 우리나라에 14만 명 정도의 외국인들이 유학을 와 있다. 이 학생들이 손잡고 기술창업을 한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창업 정책을 강화해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도 생긴다. 이들이 한국에서 성공하고 엑싯(투자회수)까지 하면 다른 나라의 우수한 천재들이 실리콘밸리가 아니고 서울에서 창업하고 성공하게 될 것이다.

김영덕 상임이사: 은행도 좋은 예다. 대형 은행들을 포함해 기존에 잘나가는 대기업들은 정부 규제 안에서 제한된 경쟁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도 많았지만 특별히 선택지가 없었기에 그냥 이용해왔다. 반면 인터넷은행에는 ‘서비스가 좋아서’ 유입된 이용자들이 많다. 고객보다 한발 앞선 서비스로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게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김광현 원장: 최근에는 중장년들도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다. IPO를 앞둔 카카오뱅크의 몸값 역시 30조원 정도 예상된다. 전통 금융기관들의 기업가치가 20조원 미만인데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기존 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서비스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대기업이 금방 모방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차이는 ‘한 번을 더 누르냐’에서 나온다. 물론 금융에서 보안은 매우 중요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 내놓으니 고객을 빨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병일 편집장: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현 원장: 규제나 법제는 어느 사회에나 사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지금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규제나 법제가 여기에 맞춰 바뀌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다. 사회적 합의를 신속하게 이뤄내고 갈등이 깊지 않은 분야는 법을 빠르게 고칠 필요가 있다. 또 공공기관들은 정책집행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만이나 부조리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중소벤처기업부에도 계속 하고 있다.

손홍규 단장: 아직까지 규제를 만드는 법관의 권위가 기술자보다 높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규제를 만들때 전문가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 ‘법이 없으니 허용 안 된다’는 방침은 옳지 않다. 법이 기술 발전을 따라갈 수 없다. 비전문가는 현장의 경험을 100% 반영해 법을 만들 수 없다. 법은 최소한으로 활용돼야 한다.

김광현 원장: 법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건드릴 수는 없다. 법은 두루두루 적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문가와의 합의가 물론 중요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창업지원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다 보니 공공 부문에 대한 민간의 불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김영덕 상임이사: 규제를 하는 사람 입장에선 물론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예비 창업가나 창업가의 생각을 틀에 가두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 누군가 황당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나라는 매도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놀라워하면서 격려한다. 이게 숙성되면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가두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법은 사기꾼들에게 징벌적인 패널티는 주지만 우수한 창업가를 복돋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서류작업만 수개월이 필요하다.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돈 안 받고 만다’는 창업자들도 있다. 물론 공공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지만 공연히 선량한 창업자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 대부분 프로그램들이 다 그렇다.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만드니까 정작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

김광현 원장: 정부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이게 딜레마다. 이 큰 장은 계속 활성화됐으면 좋겠지만 이른바 '소매치기'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창업지원절차가 복잡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간소화 작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다 변수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대신 한순간에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없애기보다는, 장은 열어 두되 소매치기들이 덜 몰리게 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 중이다. 민간 생태계가 커지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초기에는 액셀러레이터도, 엔젤투자도 없으니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종료 시점이 오면 직접적 지원을 줄일 것이다. 대신 민간이 하기 어려운 것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주는 형태로 갈 것이다. 창업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면서도 민간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돕고 싶다.

김영덕 상임이사: 소매치기를 그냥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매치기를 잡겠다고 경찰을 투입하니 시장이 활성화가 안 된다. 시장이라는 게 원래 사기꾼이 30%는 있다. 프로세스를 아무리 복잡하게 만들어도 사기꾼들은 계속 적응한다. 그걸 잡자고 규제를 만들면 선량한 플레이어가 피해를 보니까 그냥 시장의 역할에 맡겨두자.



김병일 편집장: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 달라.
손홍규 단장: 투자자를 겁내는 창업가들이 많다. 매우 현명한 생각이다. 자세한 투자 절차를 모르는 학생 창업가들은 도리어 아이템을 뺏기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이런 실패를 겪지 않도록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연세대의 경우 10년 전 창업가들이 최근 후배창업가를 위해 조성된 펀드에 함께 출자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건 이들이 자신의 몫을 100% 지켜냈기 때문이다.

김영덕 상임이사: 의미가 있는 말이다. 실리콘밸리 역시 백만장자들이 후배를 위해 엔젤펀드로 투자하고 노하우도 전수한다. 이게 새끼를 치며 긍정적인 생태계를 만든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게 가능한 시점이 왔다. 현재 국내에서도 성장한 기업들이 자회사 형태의 벤처캐피탈을 만든다. ‘오피스 아워’라고 부르는 후배 창업자를 위한 코칭 프로그램도 활성화됐다. 당장의 돈 보다는 정보가 더 필요하다. 단순히 돈으로 생태계를 키우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공공의 지원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버려두면 조금 더뎌도 단단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텐데 아직까지 우리는 일단 큰 돈부터 쥐어주려 한다. 그러다 보면 창업가들이 남의 의견에 휩쓸리게 돼 있다. 정부나 민간 모두 돈으로 해결하지 말고 내버려두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광현 원장: 성공한 창업자를 존중하는 풍토도 필요하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히어로다. 창업자들이 존경받고 박수 받는 풍토가 마련돼야 성공케이스가 나오고 젊은 친구들이 많이 도전하지 않을까.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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