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글 12기, 한국외대 경영학과 18학번 김병윤입니다. 자기소개서는 학생들이 평소에 쓰는 글과는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실수가 많이 나오게 되는데요. 맞춤법을 틀리거나 대학교 이름을 잘 못 쓰는 실수는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쉽게 발견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잘 모르면서도 치명적인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공적합성이에요. 오늘은 전공적합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는 비슷하지만 달라요지원하려는 학과와 관련 없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언뜻 보면 너무 바보 같은 실수입니다. 경영학과에 지원하는데 자기소개서에서 화학 이야기를 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당연히 그 전공에 맞게 쓰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문제는 그 전공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에 생깁니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볼게요. 종교학과라는 학과가 있습니다. 신앙심을 중요시하고, 매우 독실한 신자가 들어갈 만한 학과 같나요?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이 학과는 종교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왜 사람들은 종교를 믿는지, 종교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탈종교적으로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특정 종교만을 공부하는 학과도 아니에요. 이런 학과에 지원하면서 본인의 독실한 신앙심을 어필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볼까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학과 중 하나인 경영학과와 경제학과는 굉장히 비슷해 보입니다. 이 두 학과는 공통점이 많은 학과가 맞지만,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경제학과는 한 국가 내의 모든 경제주체(개인, 기업, 그리고 정부)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을 진행하지만, 경영학과는 오직 기업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돈이란 개념을 다루는 것은 같지만, 그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학과 졸업 후 진로도 살짝 다르고요. 만약 경영학과에 지원했는데, “저는 한국은행 총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볼까요? 그렇다면 교수 입장에서는 “왜 경제학과가 아니라 경영학과에 지원했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한국은행에는 경영학과 출신도 많이 가지만, 경제학과 출신이 주류이고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학 전공자가 되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따라서 교수님은 해당 학생이 경제학과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교수님은 선발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야 하니, 본인께서 가르치는 전공에 대해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뽑기 싫을 겁니다. 그래서 높은 전공적합성은 좋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필수입니다. 희망하는 학과의 인재상을 파악하세요이러한 실수들을 줄이려면 전공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이 학과는 어떠한 학생을 양성하는 곳인가?’를 파악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파악한다면 교수가 바라는 인재상을 알 수 있어 상술한 실수들을 피할 수 있고, 추가로 자기소개서에서 진로를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학과의 인재상과 맞다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일 테니까요. 또한 학과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해당 학과 4학년의 조언을 받는 게 좋습니다. 대학교 1학년 선배는 대입 준비법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거든요.
전공적합성은 학생부종합전형의 4가지 평가 요소일 정도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나머지 3개는 학업역량, 인성, 발전 가능성이고요.)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지만 전공적합성이 부족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실수들을 하나도 하지 않더라도요. 그러니, 내가 지원하려는 전공이 어떤 전공인지 확실하게 파악하셔서, 내가 왜 이 전공을 배우고 싶은가를 잘 설명해야 합니다.
김병윤 생글기자 12기, 한국외대 경영학과 1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