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류씨 두 종중이 5년간 벌인 부동산 소유권이전 소송

입력 2021-02-26 11:51
수정 2021-02-26 12:32

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종중과 종중원 명의의 부동산 소유권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전주 류씨 두 종중도 선산과 토지 등 종중 소유의 부동산을 놓고 갈등을 벌인 끝에, 1981년 소유권이전 등기에 따라 지난 40년간 해당 부동산을 점유·소유해 온 종중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전주 류씨 춘포공대종중이 B씨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전주 류씨 양호재종중의 이사회 이사장이던 A씨는 1981년 8월 '11명 명의로 나뉘어 있던 종중 소유의 땅을 전주 류씨 춘포공대종중에 1960년 1월 증여했다'는 내용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혼란했던 부동산 등기를 정비하기 위해 1977∼1984년 한시적으로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시행하고 있었다.일정 요건을 갖춘 확인서만으로도 소유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특별조치법에 따른 등기는 위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2015년 양호재종중 측이 A씨가 종중 소유의 땅을 횡령하려고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라며 1981년 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전주 류씨 춘포공대종중'이란 단체도 존재하거나 활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호재종중 측은 부동산 등기를 원상 복구하겠다며 A씨의 동의를 얻어 소유권을 다시 양호재종중 측으로 되돌리고, 이를 C씨에게 매각했다. 이에 춘포공대종중 측은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있는 만큼, C씨로의 소유권이전 등기는 말소돼야 한다고 소송을 낸 것이다.

1심은 A씨가 횡령을 목적으로 특별조치법을 악용해 허위 등기를 했다는 양호재종중 및 C씨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춘포공대종중'이란 명의의 단체 활동이 없었다는 점, A씨가 양호재종중으로의 소유권 복귀를 동의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종중이 반드시 특정한 명칭을 사용하거나 서면화된 규약을 두고, 종중 대표자가 계속 선임돼 있어야 하는 등 조직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후손의 범위 및 분묘 관리 상황 등 실체적인 내용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등이 토지를 횡령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전주유씨춘포공대종중’ 명의로 이전등기 했다는 양호재종증 측의 주장에 대해, 해당 토지 등에서 나온 임대료로 춘포공대종중이 각종 세금을 납부하거나 제사 비용에 썼다며 종중의 실체가 없지 않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거나 곧바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다른 수월한 횡령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존재하지도 않는 종중 명의로 등기를 마쳐 횡령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고, 춘포공종중 명의로 등기를 마친 이후에도 이를 처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특별조치법에 따른 1981년의 소유권이전 등기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즉,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 춘포공종중에 있기 때문에 이를 양호재종중으로되돌린 뒤 C씨에게 매매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결론냈다. C씨로의 등기이전 말소 절차도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C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