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서 "中 바이러스" 무차별 폭행…한인사회 '공포' [종합]

입력 2021-02-26 07:35
수정 2021-02-26 08:42

미국 내 한인 최대 거주지역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한국계 2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묻지 마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이처럼 최근 미국에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확산하면서 한인 사회의 불안감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 예비역인 한인 2세 데니 김(27)씨는 지난 16일 오후 코리아타운에서 히스패닉계 남성 2명에게 묻지 마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두 눈에 멍이 들었다.

가해자 2명(모두 30대 추정)은 폭행 과정에서 김씨를 향해 서구인이 중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칭총"이란 말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로 추정되는 중국을 겨냥한 "중국 바이러스"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다행히 김씨는 근처에 있던 지인 조지프 차씨가 나타난 덕분에 겨우 도망갈 수 있었다. 차씨는 매체에 "다행히 마침 사건 현장 근처에 있었다"면서도 "그들에게 '그만하라' 소리치자 내게도 중국 관련 인종차별적 욕설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들은 내 이마와 눈을 때려 바닥에 넘어졌는데도 그들은 계속 때렸다"며 "나를 죽이겠다고도 했다. 목숨을 잃을까봐 겁이 났다"고 했다.

이어 "공군 복무 시절 인종 문제 때문에 다수의 미묘한 차별을 경험했다"며 "나는 어디에 소속돼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접수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 사건은 3000건을 넘는다"며 "이같은 폭행은 공정하지 않고 혐오로 가득 차 있다. 혐오를 멈춰달라"고 읍소했다.

LA 경찰국(LAPD)은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보고 이 일대의 CCTV 영상과 목격자들을 확보하는 등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한인 사회에선 미국인들의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에 불안감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계 노인이 묻지 마 공격으로 사망한 데 이어 이달 중순 뉴욕에서는 아시아계 여성 3명이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한 바 있다.

한인 온라인 게시판엔 "지인이 새너제이 다운타운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진짜 무섭다" "동양인에 대한 혐오와 묻지 마 폭행이 심해지자 앞으로 살아갈 일이 점점 걱정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때 조심하고 절대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한다" 등의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인 사이에서 '코로나 중국 책임론'이 부각됐고, 갈수록 반중(反中) 정서가 강해지는 것이 증오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겔 산티아고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김씨가 인종차별적 조롱과 폭행을 당한 것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김씨는 최근 LA 카운티에서 괴롭힘과 폭행, 차별을 당한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240여명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관자가 될 수 없고 일어서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LA 한인회는 오는 26일 산티아고 주하원의원 등과 함께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에정이다. 또한 다음 달을 '증오범죄 경각심의 달'로 정해 피해를 예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LA 총영사관은 재외국민 신변 유의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