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회사가 주도적으로 만든 노조는 자주성과 독립성이 없어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국금속노조가 유성기업과 이 회사 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 설립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측은 “노조 설립 당시 주체성과 자주성 등 실질적 노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설립 무효 확인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본 최초의 판시”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사인 유성기업의 전국금속노조 지회는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관철하기 위해 일부 폭력·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서는 등 사측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회사도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양측 간 소송전도 벌어졌다. 이에 사측은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사내에 또 다른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노조 활동을 지배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면 설립 신고가 수리됐다고 해도 노동 3권을 지닌 주체로서 노조의 지위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설립 당시엔 자주성과 독립성이 부족했지만 이후 요건을 갖췄다며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