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직접 고용해달라”며 지난 1일부터 장외 투쟁을 벌이던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조원들이 파업을 중단했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공단을 설득해보겠다”고 나선 만큼 일단 파업을 접고 이들의 문제 해결을 기다려보겠다면서다. 건보공단 안팎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사진)의 뚝심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이레빌딩 앞 등에서 ‘현장 투쟁 전환’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노동의 공공적 성격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 현장투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3주 넘게 이어진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센터지부는 “파업을 지속하고 끝장을 보자는 노조원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시민단체가 고객센터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해주겠다고 한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고객센터 파업 지지 성명을 내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7일 김 이사장과 직고용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하기도 했다.
고객센터 노조원들이 파업 중단의 이유로 시민단체를 들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김 이사장의 뚝심에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의 직고용 요구에 줄곧 ‘신중론’을 지켜왔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민간 기업의 정규직 직원이어서 건보공단이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없는 데다 1600여 명의 상담사를 직고용하면 공단의 경영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 등에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이 콜센터 상담사를 이미 직고용했는데 건보공단도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에 휘둘리지 않았다.
다만 건보공단은 조만간 고객센터 직고용 문제 관련 전문가 협의기구(민간위탁 협의기구)를 가동할 예정이다. 민간위탁 협의기구는 고객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의 타당성 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고객센터 직고용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일단 파업은 끝났지만 아직 사태 봉합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센터지부는 이날 “현장투쟁 전환은 우리의 파업 대오가 흔들리기 때문이 아니다”며 “노조원들의 투쟁 요구에 따라 언제든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중재가 무위로 돌아가면 다시 투쟁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