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은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던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1년여 남긴 시점에 공급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 야권에선 정책 전환은 환영하지만 잘못된 정책 판단에 대해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은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며 공급을 틀어막고 규제만 대폭 강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를 장수 장관으로 팍팍 밀어줬고 결과는 집값 폭등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창흠 현 (국토부)장관은 취임 며칠 만에 서울에 32만호를 공급하겠다더니 또다시 시흥광명 7만호 공급책을 던졌다"며 "공급 충분하다며 규제로 집값 잡겠다던 그 정부, 그 대통령이 맞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정책 전환은 좋은데 지난 4년간 공급 틀어막아 전국민들 고통 주고 집집마다 가정불화 만든 것에 대해 한 마디는 하고 돌변해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부동산대책'은 공공 개입을 극대화해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3000호 등 전국적으로 83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급 규모만 놓고 보면 현 정부 들어 가장 많다.
다만 변창흠 장관은 지난 22일 2·4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공급시기'에 대한 목표는 따로 없다고 밝혀 야당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변창흠 장관은 이날 뉴스1 TV에 출연해 "지금은 무리해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변창흠 장관은 "서울 아파트가 9억원인데도 무리해서 집을 산다는 것은 이자 부담보다 집값이 더 오르고 주택구입이 더 어려우리라 생각해서일 것"이라며 "하지만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액만 높아진다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지난해 8·4 공급대책 때에도 똑같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집값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번 대책은 적어도 공급 예정지가 어디인지라도 알았는데 이번 대책은 예정지가 어디인지도 모른다"며 "재건축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임대차3법 때문에 최대 4년간 세입자들이 못 나간다 버틴다면 단기간에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 이런 졸속 대책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었다.
일각에선 정부 인사들의 집값 하락 언급이 부동산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리에서 물러닐 후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을 자신한 이유에 대해 "최악의 경우라도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경제는 심리다. 부동산에 자신 있다,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는 대통령 말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언급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