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아기와 함께 급하게 대피했다. 추위를 피하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 커피숍을 찾았을 경우,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지참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방송인 사유리가 화재를 피해 스타벅스를 찾았다가 휴대전화와 신분증이 없어 되돌아 나왔다. 스타벅스는 방역지침에 따라 QR코드 또는 수기방문 작성을 할 수 있게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기 명부 작성시 신분증을 필히 지참했어야 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수성을 감안해 융통성 있게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방문해서 수기방문 작성시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반박 댓글도 이어졌다.
사유리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를 뚫고 계단으로 대피했다"면서 "급히 나가느라 휴대폰이 없었는데 스타벅스에서 QR코드를 찍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유리는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매장에서 못 마신다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면서 "추위로 입술이 파랗게 된 아들을 보여주며 제발 잠깐이라도 실내에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안된다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다른 매장처럼 본인의 인적 사항을 적고 입장을 가능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직원을 비판하려 글을 쓴 것이 아니다"라며 "직원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자기의 의무를 다 하는 것뿐이었고 지침이 있기에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 부탁드린다"면서 "만약 아이가 추워서 떨고 있는 상황에 핸드폰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매장에서 내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거나 QR코드를 찍어야 입장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유리가 방문했던 스타벅스 매장 또한 수기 명부 작성으로도 카페 내 취식이 가능했다.
스타벅스 측은 사유리 문전박대 논란에 대해 "수기 명부 작성을 하는 경우 신분증 확인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사유리 씨는 신분증이 없어서 이용이 불가했다"면서 "당시 화재로 인해 매장을 찾은 다른 손님들에게도 동일하게 이 같은 사항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직원이 최대한 친절하고 공손하게 설명했으며 이에 사유리 씨도 '아 그럼 다른 카페 이용해야겠네'라고 말하고 1분 정도 머무르다 떠났다"고 전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수기 작성하는 곳에서 신분증 대조하는데는 한군데도 못봤는데", "스타벅스 어디가 신분증 확인하나요? 규정이라면 전국매장 동일한 적용을 하던가? 매장마다 다르게 운영하는걸 규정이라고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이건 그직원이 대처를 잘못했다기보다는 좀 아쉬운 대처였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다. 사실 QR코드 자체가 출입기록 남겨서 나중에 확진자 동선 파악하려는건데, 그런상황이었으면, 수기로 남겨달라고 안내하면 되는건데. 방법과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진짜 목적이 뭔지 알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좋았을텐데", "스타벅스도 신분증확인 안한다. 수기작성시 신분증 내본 적 단 한번도 없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방역지침상 QR코드가 없을 때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명부를 작성해야 하는 게 맞다.
원칙대로라면 현재 신분증 확인 없이 수기작성만으로 이용하게 하는 모든 카페 식당 등은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사유리와 아기에게 예외를 적용했어야 하는 것인지 신분증이 없었어도 수기작성만으로 카페 내 취식을 할 수 있게 허용했어야 하는 것인지는 딱 잘라 규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스타벅스는 잘못이 없다. 방역 방침은 각각의 상황을 봐가면서 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사유리는 자발적 미혼모를 선택해 결혼하지 않고 서양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해 11월 4일 아들을 출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