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작업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조정에 따른 검찰 조직 진단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24일 대전 선화동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의 중요범죄 수사 역량과 관련한 자질을 고려하되 궁극적으로는 수사·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대통령의 당부를 속도조절로 표현하지 않았고, 대통령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범죄수사 대응능력·반부패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장관의 발언이 속도조절론으로 해석되는 모습이다.
박 장관은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라며 "민주당 당론으로 의견이 모이면 당연히 따라야한다. 법무부도 완전히 제 의견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겠지만 차이를 조절해가는 단계"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궁극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맞다"면서도 "검찰이 갖고 있던 중요범죄나 반부패범죄 수사 역량도 있어 (분리 작업과) 조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장관은 "기본적으로 지금은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수사권 개혁 관련 조직·인사체계를 진단해야한다"며 "그와 함께 수사·기소 분리도 검토돼야한다고 당에 계신 분들께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장관은 대전고검을 방문하면서도 대전지방검찰청은 찾지 않았다. 대전지검은 현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연루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곳이다. 박 장관은 "당연히 가보고 싶지만 굳이 현안수사가 있는데 불필요한 억측이나 오해를 낳고 싶지는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장관의 현장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취임 직후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았고, 설 연휴 직전 인천지검 및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을 찾은 바 있다. 인천지검 이후 대전고검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은 박 장관이 대전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곳에서 세 번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판사시절 대전지법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