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금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자 증시도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하락한 데 이어 국내 증시에서도 성장주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경기민감주는 급등했다.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LG화학·삼성SDI 급락22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37%까지 치솟자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46% 급락했다. 경기민감주가 많은 다우지수는 0.09% 올랐다. 23일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과 같은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0.31% 내린 3070.09로 마감했다. 우려보다 낙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성장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LG화학(-3.38%), 삼성SDI(-3.92%) 등 배터리 관련주와 셀트리온(-4.36%), 삼성바이오로직스(-2.56%) 등 바이오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업종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도 1.85% 내린 936.60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콘택트주와 경기민감주는 급등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7.29% 오른 27만9500원에 마감했다. 롯데케미칼(7.95%), 효성화학(7.69%) 등 화학주도 강세였다. 카지노·여행·항공주도 나란히 상승했다. 이들 업종은 금리 상승과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여행 활성화 및 경기회복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파라다이스(8.81%), 롯데관광개발(9.09%), 하나투어(6.31%)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추가 조정 가능성 낮아”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단기 급등에 따라 금리가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파른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정을 ‘기간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일정 기간 횡보를 거쳐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에 경기회복, 백신 접종 등 기대요인이 아직 많다는 설명이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금리 상승세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성은 많은데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어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시장이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증시가 위로 갈 수도 있고 아래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행·레저·엔터주도 수혜 가능성증권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실적장세 정점에 근접하는 시기로, 통상 기업이익 개선과 금리, 물가 상승이 동반된다”며 “반도체, 그린 에너지, 미디어·엔터 업종은 비중 확대의 기회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와 경기민감주는 조정을 기회로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유, 철강, 화학 등 전통 경기민감주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추천 업종으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에너지, 산업재, 금융 등 전통적 민감주에 더해 여행·레저와 산업재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물가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정유, 화학, 철강을 추천했다.
KB증권은 점진적 인플레이션에 강세를 보일 종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금융주와 같은 리플레이션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리플레이션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KB증권은 개별 종목으로는 에쓰오일, 대한유화, 풍산,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등 경기민감주와 신한지주, 기업은행, 미래에셋대우 등 금융주를 추천했다. 경기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이마트, 롯데쇼핑 등 소비주도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