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찬밥 신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공무원 우선접종

입력 2021-02-23 11:59
수정 2021-03-25 00:02

독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해야 할 상황이 우려되자 교사·경찰·군인 등 공무원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에 배포된 15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가운데 사용된 백신은 약 18만7000회분이다. 전체 물량의 12%가량만 소진됐다. 우선 접종 대상자인 의료진과 65세 이상 노인들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꺼린 결과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냉장유통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자칫 대량의 백신이 유통기한 종료로 폐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독일 정부는 이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교사, 경찰, 군인 등 공무원들을 접종우선 순위에 올릴 계획이라고 22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우선 접종 대상자를 확대해 백신 배포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먼저 교사가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로 올랐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독민주당(CDU) 지도부 회의에서 등교 수업을 재개하겠다며 초등학교와 보육시설 교사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백신 일부를 경찰과 군 당국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백신을 접종할 국방 인력을 추려낼 예정이다.

의사이자 보건학자인 사회민주당 소속 카를 라우터바흐 하원의원은 이날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3개 그룹에 우선 배포해야 한다"며 교사, 경찰, 군인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방법으로 65세 미만 성인을 상대로 한 접종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자유민주당 역시 초등학교와 보육시설 교사를 접종 우선순위로 올리는 데 찬성하고 나섰다. 마르코 부시만 자민당 대표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비교적 수월하게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자들이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고령층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혼란스러운 시험 결과가 불안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같은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유럽 여러 국가도 통계적으로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65세 이상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1회 절반만 투여해 2회 정량 투여의 경우 90% 효과, 2회 접종 모두 정량 투여한 경우에 62% 효과라는 특이한 결과를 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시 절반만 투여한 게 실수였다고 밝혀 신뢰를 더 잃었다. 하지만 예방 효과만으로 보자면 독감 예방주사가 50% 수준 효과밖에 없는 것에 비하면 90%는 물론, 62%라 해도 매우 높은 수치라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고령층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업체는 데이터가 부족할 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 임상에서는 참가자의 40% 이상이 55세가 넘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시험 대상 중 65세 이상이 10% 미만이었다. 단지 450명의 참가자들만이 70세 이상이었다.

아울러 22일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민 대상의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 번 맞은 이들의 입원 위험은 최대 94%까지, 화이자 백신은 85% 감소했다. 이같은 장점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기피 현상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라고 의료계는 바라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