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치솟는 채권금리 "10년물 美 1.5%·韓 2.05% 전망"

입력 2021-02-23 10:48
수정 2021-02-23 13:45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고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이 잇따르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가도 들썩이면서 채권금리가 연일 급등 중인 가운데 추가 상승 여부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39% 부근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꾸준한 상승세다. 2년물 국채와 10년물 금리 차이는 약 4년 만에 최대로 확대됐다. 장단기 금리 차 확대는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의 신호로 여겨진다.

미국 채권금리가 본격적으로 들썩이게 된 배경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공룡부양안을 추진하면서다. 백신 보급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대규모 경기부양까지 뒷받침되자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원자재 가격이 랠리를 펼친 점도 금리 상승에 힘을 실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60달러선을 돌파했고, 경기민감 원자재인 구리 등 비철금속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렇다면 미국 채권금리는 어디까지 오를까. 대부분의 채권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상승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경험을 살펴보면 미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리먼브라더스발 위기가 닥쳤던 2008년 미국 기준금리는 400bp인하되었고, 미국채 10년물은 181bp 하락했다. 반면 그 이듬해인 2009년에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62bp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해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150bp인하했다. 이에 미국채 10년물은 100bp 하락했다. 이를 현재 시점에 적용해보면 미국채 30년물이 2019년 11월 11일 고점(2.42%) 수준을 회복하는 수준에서 금리 상승세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보다 26bp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도 30년물 상승폭만큼 오르겠지만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10년물 국채는 30년물 대비 금리 상승폭이 작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상승이 현재보다 좀 더 진행이 되더라도 미 국채 10년물은 1.5% 정도면 미국의 배당 수익률 수준"이라며 "이 정도 수준이면 금리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주요국 채권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국채금리가 장기간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 독일 국채(10년물) 역시 연초 이후 27bp나 상승했다. 미국 금리와 연관성이 높은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마찬가지다. 주요국 대비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김 연구원은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다음 저항선은 2019년 1월 말 기록했던 2.05%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수준까지 금리가 상승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지만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