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체 화웨이가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제품과 유사한 '인폴딩'(안으로 접는) 디자인과 미국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운영체제(OS)인 '하모니OS' 지원이 특징이다.
화웨이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주최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21' 개막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세 번째 폴더블폰인 '메이트X2'를 공개했다.
메이트X2는 그간 화웨이가 폴더블폰 제품군에서 고수해왔던 '아웃폴딩(밖으로 접는)'이 아닌 인폴딩 디자인을 택했다. 화웨이는 그간 '메이트X' '메이트Xs' 등 과거 폴더블폰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 시리즈와 직접 비교하며 자사 아웃폴딩 제품에 대한 우위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내구성과 사용 경험 등을 고려해 결국 인폴딩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트X2의 외부 올레드 메인 디스플레이 크기는 6.45인치, 내부 스크린은 8인치다. 중국 BOE가 패널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율은 90헤르츠(Hz)다. 화웨이는 "애플의 프로 디스플레이 XDR의 반사율 수준과 비슷한 초저 반사 기능을 갖췄다"며 "이중 나선형 구조를 통해 메인 디스플레이 힌지(접히는 부분) 주름 문제를 크게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는 화웨이가 독자 설계하고 대만 TSMC 5나노미터(nm) 공정에서 생산한 통합칩 '기린9000'이 탑재됐고, 50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를 포함한 쿼드(4개) 후면 카메라가 장착됐다. 256GB와 512GB 모델 두 종류로 출시됐다. 가격은 각각 약 309만5100원(1만7999위안), 326만7000원(1만8999위안)으로 책정됐다. 오는 25일 중국 시장에 출시한다.
리차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는 폴더블폰 출시를 위한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생산 능력을 매주 및 매월 단위로 늘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화웨이의 칩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메이트X2의 글로벌 출시일도 밝히지 않았다.
이는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에 따른 우려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반도체를 판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특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뿐 아니라 외국 반도체 회사까지 화웨이에 마음대로 수출을 하지 못 하게 한 것이다.
메이트X2는 안드로이드 대신 화웨이 자체 OS인 '하모니OS'가 탑재될 전망이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유튜브 같은 앱 사용도 제한돼왔다. 구글 서비스가 이미 차단된 중국에선 큰 상관이 없었으나 유럽 등 해외 소비자에겐 화웨이 제품의 판매 악화를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웨이는 이후 하모니OS라는 자체 모바일 운영 체제를 개발했고, 지난해엔 올해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지원을 목표로 하모니OS 두 번째 버전을 선보였다. 하모니 OS는 그간 스마트폰을 제외한 스마트 TV 등 일부 제품에만 지원돼 왔다. 유 CEO는 이날 "화웨이 사용자는 오는 4월부터 하모니OS로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며 "메이트X2는 그 첫 번째 제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하모니OS 활성화를 위해 전세계 앱 개발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화웨이 생태계에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있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와 견줄 정도로 충분한 앱을 만들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미국 CNBC는 "현재 화웨이는 개발자에게 OS용 앱을 구축하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한편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되고 있는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4500만대를 출하하는 데 그치며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7위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최근엔 화웨이가 지난해 말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한 데 이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이와 관련해 "사업부 매각은 영원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닌, 사람과 사물을 이어주는 기기라는 설명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