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호주에서 뉴스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했다. 대신 뉴스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호주 정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호주는 전세계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법제화한 첫 국가가 됐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이날 입법 추진 중인 '미디어 의무 협상 규정'의 내용을 일부 수정키로 결정함에 따라 페이스북과 뉴스 서비스 재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법안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 업체에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었다. 플랫폼 사업자와 뉴스 콘텐츠 제공자 간 협상이 실패하면 강제 중재를 통해 사용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입법화 초기 단계부터 거세게 반발했으며 급기야 지난 17일 호주 내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호주 매체들이 올리는 뉴스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할 수 없었다. 호주에 있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해외 매체들이 올린 소식들도 볼 수 없었다.
이번에 합의된 수정안에 따르면 뉴스 콘텐츠 사용료의 강제 조정 전에 2달간 협상 단계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 업체와 해당 언론사 간에 상업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 업체들이 강제적으로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완화하고 플랫폼 업체와 언론사 간의 자율적인 협상을 장려하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법안 수정을 통해 페이스북과 언론사 간의 협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시 프라이던버그 재무장관은 "합의 결과에 따라 페이스북이 수일 내에 호주 내 뉴스 서비스 페이지를 복원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호주의 주요 정당들은 수정안에 지지를 보내 의회에서 무난하게 이번주 내로 통과될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호주는 사실상 페이스북과 구글 등 디지털 플랫폼이 언론사에 뉴스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
호주 정치권과 페이스북 간의 분쟁은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현지 뉴스 이용 대가 문제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캐나다는 호주와 유사한 법을 만들 것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영국 정부도 소셜미디어에서의 뉴스 콘텐츠 이용과 관련한 새로운 규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호주·뉴질랜드 지사의 윌리엄 이스턴 대표이사는 "호주 정부가 페이스북이 언론사로부터 얻는 이익과 비교해서 언론사에 제공하는 이익을 인정하는 상업적 합의라야 한다는 우리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여러 수정 사항과 보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그 결과 페이스북은 공익적 언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됐고, 호주 내 뉴스 서비스도 며칠 안에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지난주 호주 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응급구조·날씨·보건 등 필수 페이지까지 일방적으로 차단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달리 구글은 호주 매체들과 뉴스 사용료 협상을 이어나가 상당한 성과를 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