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경험이 있는 중견 학자와 전문가들이 민간 싱크탱크를 발족했다. 어제 출범한 ‘K정책플랫폼’은 경제와 정치, 사회 현안을 논의하면서 차세대 정책과 국가적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철학과 논리, 정책과 가치에 대한 생산적 대결이 실종된 채 진영논리와 저급한 포퓰리즘 경쟁이 판치는 한국 사회에 민간의 이런 연구그룹은 출범만으로도 주목을 끌 만하다.
이들이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긴장해야 할 ‘자칭타칭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선거 때면 수백 명씩 몰려다니는 ‘폴리페서’가 널려 있는 대학과 관변 연구기관들부터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NGO(비정부기구)를 내세우면서도 정치권과 정부 주변을 맴돌며 이권을 챙기거나 정치권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일부 사회·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법률상 신분 보장을 누리며 정책 개발도, 정치적 중립도 저버린 관료집단은 한때 상사이자 동료였던 K정책플랫폼의 활동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깊이 반성해야 할 집단은 여야 정치권이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원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이 실종된 곳이 국회다. 힘만 앞세운 거대 여당의 독주부터 문제지만, 여당의 실책만 기다리는 듯한 야당도 오십보백보다. 정책 아젠다 선점이나 민심 수렴은커녕, 사회적 담론 수준을 한없이 얕게 만들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무(無)정책·무철학·무원칙의 정치는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정책에 대한 이해부족과 건전한 정책 대결의 실종으로 인한 폐해가 너무도 크다. 유례없는 ‘전 국민 코로나 위로금’ 주장부터 여야 간 선거야합 비판을 받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끝이 없다. 정치권이 팽개친 정책 경쟁을 K정책플랫폼이 주도해주기 바란다. 50여 명의 참여자 면면과 경력에 비춰 그럴 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 그렇게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이 나오고, 이에 맞서 ‘한국형 브루킹스연구소’도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한없이 가벼운 삼류 정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나.
K정책플랫폼의 어깨가 결코 가볍지 않다.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근본원리와 핵심원칙을 재정립하면서 현실에 응용·적용해가는 게 시급하다. 좌우·보혁(左右保革) 구분 없이 표피적 여론에 영합하는 대중 추수적 경향이 ‘축적 부재 대한민국’의 제1 경계 대상이란 점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생산적 대안 제시로 정책 부재의 척박한 풍토를 확 바꿔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