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 공무원이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과장님 모시는 날’에 대한 논란이 관가 안팎에서 일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은 초임이 돌리는 ‘시보떡’과 함께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인사철이 아니라면 이 같은 관행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막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23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일부 서울시 자치구를 비롯해 지방 도·시·군·구 등에서 하위직 공무원이 국장 또는 과장과 돌아가며 식사하는 ‘식사 당번제’가 운영되고 있다. 업무상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지만 정기적으로 식사 자리를 만들면서 일부에선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과장님 모시는 날’ ‘국장님 모시는 날’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식사 비용 분담제로 7~9급 공무원이 과장이나 국장에게 주기적으로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직원들이 1인당 2만~5만원씩 모아 과장은 1주일에 한 번, 국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밥을 사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 공무원은 전했다.
한 지자체 공무원 A씨(32)는 “업무상 식사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업무추진비가 많지 않아 사비로 식사를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상사는 본인의 지갑을 열지 않고 하위직에게 반강제적으로 대접을 강요하는 관행을 만들어 노조게시판에 불만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사의 전출·승진 시 선물을 하는 관례도 부담이다.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 B씨(34)는 “지갑, 골프용품 등 윗사람의 취향에 맞춰 선물한다”며 “직무관련성이 없어 김영란법 위반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했다.
인사철마다 후배 공무원이 상사에게 전하는 난초 선물로 구청마다 처치 곤란한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난을 보내지 않으면 상사에게 감사 마음을 전하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관행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이번 인사철에만 난 선물을 위해 3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익위 관계자는 “직무관련성이 있지만 인사나 평가 기간만 아니면 사교 의례나 원활한 직무 수행 차원에서 허용하고 있다”며 “다만 금액 초과 등 위반 사례가 있다면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하수정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