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서 불티난 한국 트랙터…농기계업체 사상 최대 실적

입력 2021-02-22 11:28
수정 2021-02-22 15:29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국내 농기계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집가꾸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소형 트랙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북미지역 수출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22일 국내 2위 농기계업체 TYM(동양물산기업)의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5.5% 증가한 71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회사의 사상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7.2% 늘어난 298억원으로 집계됐다. TYM은 중국 합작법인의 사업중단 이후 회계 손실을 2016~2018년에 걸쳐 인식하면서 3년 동안 영업적자를 기록하다가 2019년 흑자 전환했다. 이후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TYM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북미지역에서 트랙터 판매가 크게 늘어서다. TYM의 지난해 북미지역 매출은 전년보다 6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TYM 관계자는 "대리점 판매 뿐만 아니라 소매 판매점을 통해서 트랙터를 직접 판매하는 등 유통시장을 확대했고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며 "미국 주요 지역에 유통센터를 세워 운영하며 제품을 적기에 납품하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북미지역에서 소규모 농업을 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용역을 맡기는 대신 직접 관리에 나서면서 소형 농기계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것도 이유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50마력 이하 트랙터의 판매 증가율이 중대형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32조원(2018년 기준)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농기계 시장에서 북미시장은 약 38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존디어 등 글로벌 농기계업체 뿐만 아니라 국내 농기계 업체들도 이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1위 업체인 대동(대동공업)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매출은 8937억원으로 종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던 전년보다 7.1%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12.3%, 당기순이익은 183억원으로 588.3%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급증이 눈에 띈다. 수년 동안 정체 상태였던 국내 농기계 매출이 늘어난 데다 판매관리비를 비롯해 각종 비용을 줄이면서 순이익이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비용 절감에 집중한 것이 연말에 실적 개선으로 돌아왔다. 또,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보다 상승하며 수출 비중이 높은 회사의 수익성을 추가로 끌어올렸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