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서민 주거안정 위해 주택분양 보증…여유자금 6.7兆

입력 2021-02-22 15:07
수정 2021-02-22 15:09

충남 당진시 채운동 대동다숲 아파트에 10여 년째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지금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만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처음 아파트에 당첨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근데 업체가 부도났다는 연락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분양보증 덕분에 공사가 마무리돼 잘 살고 있어요.”

주택분양보증은 아파트 분양계약 후 사업자의 부도 및 사업 포기 등으로 분양이 이행될 수 없는 경우 아파트 준공을 책임지거나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갑작스러운 사고에서 국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하는 경우에는 사업자의 보증 가입을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발급 업무와 더불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업의 특성 때문에 주택분양보증 사고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 시점에 집중 발생한다. 위기 전 호황기에 시장에서 쌓아올린 ‘버블’은 위기 때 피해 규모를 확대시킨다. 주택분양보증을 운영하려면 건설 및 금융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리스크 관리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HUG에 따르면 2006~2007년 2년간 HUG가 수취한 주택분양보증의 보증료는 약 833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곧이어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미분양이 속출해 2008~2010년 HUG는 2조3639억원을 주택분양보증의 보증 이행에 지출했다. 1993년 주택분양보증이 생긴 이후 27년간 이행한 전체 금액(4조2684억원)의 55%를 3년 동안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쌓은 전문성과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HUG 관계자는 “주택분양보증은 국민의 필수재인 주택을 건설사 부도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국민경제를 지키는 사회안전망”이라며 “예금자 보호 및 금융제도의 안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예금보험과 경제위기 등에 대비하는 안전기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HUG는 2000년 초반 적립한 준비금을 활용, 미분양주택 매입 등 건설사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3조4141억원을 사용했다. 주택분양보증의 보증 이행을 통해 서민경제를 보호하고 건설사 금융 지원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공적 역할까지 수행한 것이다. HUG는 현재도 6조7546억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소비패턴 및 일상생활의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HUG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에 따른 국민과 주택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공공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주택분양보증 50%, 전세보증금반환보증 70~80%, 임대보증금보증 70% 등 서민 지원 효과가 높은 주요 보증의 보증료율을 대폭 인하했다. 개인채무자 지연배상금을 40∼60% 감면하는 한편 전세보증 임차권등기 대행, 주거약자 주택분양보증 우선 보호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보증제도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HUG는 지난해 하반기 39만 가구에 1645억원의 보증료를 할인했다. 1241명의 개인채무자에게 14억원의 지연배상금을 감면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 HUG는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증료 인하 혜택을 오는 6월 30일까지로 연장했다.

HUG 관계자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상품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