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 동안 직원 수가 두 배 이상 급증한 토스는 지금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관련 인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토스는 경력 채용 조건으로 전 직장 연봉의 두 배 정도를 급여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IT 개발자 구인난국내 IT업계는 그야말로 ‘개발자 확보 전쟁’에 휩싸인 듯한 형국이다.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본업이 IT가 아니었던 비(非)IT기업까지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업계에서는 ‘IT 인력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1년간 신입 또는 경력 개발자 수백 명을 새로 뽑았다. 신규 채용 인원이 역대 최고 규모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호황의 결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배경에는 ‘뺏고 뺏기는’ 도미노 인력 유치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평소 경쟁업체로 생각하지 않았던 쿠팡,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토스 등이 최근 IT 인력을 빨아들인 게 결정적인 신규 인사 수요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해 전자상거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발했다”며 “IT 버블 때도 이러진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카카오(계열사 포함) 직원 수는 지난해 처음 1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덩치가 급격히 커진 ‘스타트업 레벨’ 기업들도 개발자를 빨아들이는 채널 중 하나다. 최근 미국 매치에 2조원에 팔린 영상 채팅 서비스 ‘아자르’ 개발사인 하이퍼커넥트를 비롯해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매스프레소 등도 올해 100명 이상의 경력직을 공개 채용할 계획이다.
‘인력 블랙홀’ 쿠팡과 빅히트최근 ‘판교 대란’으로까지 불렸던 IT 개발자 대규모 연쇄 이동의 진원지는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경력 공채를 하면서 입사 보너스로 5000만원을 제공했다. 토스는 직원들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약속했다. 지난해 상장한 엔터테인먼트사 빅히트도 경력 입사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기업들의 ‘인력관리 비책’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전 직원에게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씩을 상여금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넥슨은 1일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평균 연봉 인상률로 따지면 13%에 달하는 파격이다. 넷마블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전 직원에게 연봉을 800만원씩 더 주기로 했다. 최근에는 컴투스와 게임빌까지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발자 등 국내에 부족한 IT 인력의 연봉은 5억원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인건비를 늘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만성적 개발자 구인난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의 올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만 명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연구소가 시행한 ‘2019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47.9%는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채용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개발자 부족 현상이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 개발자
각종 정보기술(IT)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력의 총칭. 컴퓨터는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natural language)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진수로 변환된 기계 언어체계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과정인 코딩(coding)을 수행하는 게 개발자의 역할이다.
김주완/박진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