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2일(17: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활용해 글로벌 석유화학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자산을 줄이고 친환경 부문에 투자를 강화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파이낸셜스토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JP모간을 매각 자문사로 선임해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의 JV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소수의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 접촉에 나서 의사를 묻고 있다. 협상 경과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현재까지 경영권은 SK그룹이 보유하는 방향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몸값 책정을 두곤 시각이 갈리지만, 2018년과 2019년 각각 4500억, 6600억원 가량의 이익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수조(兆)원대 매물로기대를 모으고 있다.
SK종합화학은 그룹 내 SK에너지와 함께 그룹 모태사업인 석유화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SK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나프타(Naphtha)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계제품과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방향족(아로마틱)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소재사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정유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아로마틱 부문에선 아시아지역내 1위업체이자 글로벌 3위권 내로 꼽히는 경쟁력을 보유 중이다. 이를 원료로 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을 생산하는 화학소재사업도 꾸리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특성상 이익 측면에선 부침을 겪고 있지만, 매년 10조원 이상 매출을 올려온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사실상 그룹의 ‘모태’ 격인 사업 비중을 줄이는 데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딥체인지(Deep Change)’가 배경에 있다. 전통적인 석유, 화학 부문의 자산과 매출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부문에 힘을 실어 그룹차원 ESG경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내부에선 LG화학과 소송전이 마무리되고 이번 매각이 윤곽이 드러날 경우 김준 사장이 직접 나서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사업포트폴리오 변화 계획을 시장에 알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내부적으로 지난 2016년에도 한 차례 지분매각을 검토했지만 내부 조율과정에서 무산됐다"라며 "이번엔 당시와 달리 그룹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다보니 성사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