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야권의 경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보수 진영의 오세훈·나경원·오신환·조은희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금태섭 등 제3지대 후보들은 이번주 TV 토론회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한다. 코로나19로 대중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론조사로 승자를 뽑기 때문에 모든 후보가 토론회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야권 일각에선 “당초 기대한 ‘흥행 돌풍’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의견이 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오세훈 vs 나경원 첫 맞대결
2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 후보(이상 번호순)는 오는 23일 오후 2시부터 마지막 1 대 1 TV 토론회를 치른다. 여론조사에서 1, 2위권을 다투는 오세훈, 나경원 후보가 처음으로 맞붙는 자리다. 앞서 두 차례 1 대 1 토론회에서 토론평가단이 뽑은 승자도 오세훈과 나경원 후보였다. 국민의힘에서도 “대중적 인지도와 토론 실력을 겸비해 이번 국민의힘 경선의 최고 흥행카드”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각 후보의 주요 선거정책과 전략의 차별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나 후보는 상대적으로 보수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짬뽕을 좌파, 짜장면을 우파에 비유하면서 “짜장(우파)이든 짬뽕(좌파)이든 잘 만들어야지 섞어버리면(중도) 이도저도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후보는 “중도 확장성을 기대하려면 나 같은 볶음밥을 선택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나 후보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 조 후보는 “나경영(나경원+허경원)”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1대 다(多)의 싸움을 하는 기분”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 경쟁자들로부터 협공당하는 1위 후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최근 들어 “시민 여론조사는 내가 1등”이라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중도층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호소다. 오신환, 조은희 후보는 경쟁적으로 “새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다.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 여러 차례 명함을 올린 오세훈, 나경원 후보와 차별화하겠다는 시도다. 안철수 ‘성소수자’ 발언 화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마지막 TV 토론회를 한다. 미리 준비한 질문에 답변하는 토론회 형식이 다소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토론회에 대한 관심도는 국민의힘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주 1차 토론회 당시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 페러이드’와 관련해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힌 안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민감한 주제에 분명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던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는 의견, 중도표를 의식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의견 등이 나온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안 대표가 실속을 챙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야권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보수·중도는 물론 진보진영에서조차 성소수자 문제에서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많다”며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실보다 득이 많았다”고 말했다.
토론 흥행의 성적표도 제3지대가 우세하다는 평가다. 성소수자 관련 발언이 나왔던 지난 18일 금 전 의원과의 토론회 유튜브 시청자 수는 평균 1만2000명에 달했다. 19일 국민의힘 1 대 1 토론의 평균 시청자 수(1200명)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토론회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도 제3지대(21일 오후 3시 기준 약 22만 회)가 국민의힘(총 4만 회)을 크게 앞지른다. 야권 일각에서 흥행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1 대 1 스탠드 토론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토론회 승자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 겨우 두 번의 토론을 거쳤다”며 “남은 토론에서 재미와 화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