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비과세에 소득공제…벤처투자 원금 지키면 '절세 효과' 톡톡

입력 2021-02-21 17:20
수정 2022-01-10 17:16
양도소득세가 신경쓰이는 시대다. 아파트의 경우 3주택자라면 양도차익의 75%까지 세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가상화폐)는 2022년부터, 주식은 2023년부터 양도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양도세 비과세에 더해 투자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는 분야가 있다. 바로 벤처투자다. 투자 이후 원금만 지키더라도 소득공제를 통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고액 소득자의 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종전에는 5억원 이상 소득에 대해 42%의 소득세율이 적용됐지만 2021년부터 10억원 초과분에 45%의 소득세를 메기는 구간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대부분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며 고소득자는 절세 효과를 누릴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벤처투자 소득공제는 과거와 동일한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낸 세금 20% 돌려받은 비결은연봉 2억원인 전문직 A씨는 지난해 벤처기업 두 곳에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따른 소득공제액은 7400만원에 이른다. 벤처기업 투자에 파격적으로 주어지는 소득공제 혜택 덕분이다. 벤처 투자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한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등을 통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벤처기업에 직접투자하든 관련 투자 펀드로 간접투자하든 벤처투자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직접투자의 경우 연 3000만원까지는 100%, 연 3000만~5000만원 이하는 70%, 연 5000만원 초과는 30%까지다. 벤처펀드는 투자 안정성은 높지만 소득공제폭이 대폭 줄어든다. 출자금액의 10%까지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1억5000만원을 투자한 A씨는 일단 3000만원에 대해 100%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후 3000만~5000만원 구간에 해당하는 2000만원에 대해서는 70%의 공제율이 적용돼 1400만원이 소득공제된다. 소득공제가 적용되지 않은 나머지 1억원에 대해서는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한 30%의 소득공제율로 3000만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A씨는 연봉이 2억원인 만큼 벤처 투자에 따른 7400만원은 모두 공제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환급받은 소득세는 3090만원에 달했다. 투자금 1억5000만원의 20.6%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벤처투자 소득공제 혜택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득공제 한도가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을 모두 합한 종합소득의 50%로 정해져 있다 보니 소득이 적으면 공제한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똑같은 1억5000만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연봉이 1억원 이하라면 소득공제도 5000만원보다 적게 받는다.

이처럼 소득공제 혜택이 크다 보니 환급액만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연 소득 5억원 이상인 자산가가 1억원을 투자했을 경우 환급액은 2726만원, 5000만원을 투자했을 때 환급액은 2033만원에 이른다. 2억원 안팎의 고액 연봉자가 투자했을 때도 1억원일 때 2466만원, 5000만원일 때 1839만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올해 투자, 내년 소득공제도 가능이 같은 세액공제 혜택은 꼭 다른 회사가 아니라 본인이 소유한 벤처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본인이 창업하거나 인수한 벤처기업에 출자나 증자를 하더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근로소득자가 아니더라도 종합소득세 대상이라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소득공제를 적용받을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출자 후 2년이 되는 날에 속하는 과세연도까지 공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벤처투자를 했다면 2021년과 2022년, 2023년 중 한 해를 정해 소득공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전체 소득에서 50%까지만 소득공제가 가능한 만큼 소득이 많은 해를 선택해 공제받는 것이 가능하다.

투자금액을 분산해 소득공제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정섭 이정섭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같은 해에 동일한 벤처기업에 두 번에 걸쳐 투자하더라도 첫 번째 투자는 첫해에, 두 번째 투자는 이듬해에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며 “똑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나눠서 투자하면 소득공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득공제에 따른 수익은 투자한 지분의 가치가 최소한 본전은 유지해야 의미가 있다. 벤처투자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만큼 업황과 기업 성적에 따라서는 투자한 지분 가치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소득공제를 통해 얻은 수익이 지분 자체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에 못 미치는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0%에 못 미친다. 투자기간이 최소 3년 이상, 길게는 10년 가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소득공제 혜택 이상으로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과 책임있는 벤처투자 펀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투자를 하면 3년 이상 투자금의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부분은 유의해야 한다. 투자금이 줄어들거나 투자금 전체를 회수하면 해당 금액에 대한 공제 혜택이 취소돼 추징금을 내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