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 '보톡스 6년 전쟁' 일단락

입력 2021-02-21 17:18
수정 2021-02-22 00:37
보톡스 균주 도용을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6년 전쟁’이 합의로 일단락됐다. 메디톡스 측이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대웅제약 보톡스 제품의 미국 판매를 허용키로 해서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만든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미국 판매에 대해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나보타 판매금지 결정은 물론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 등도 모두 철회된다.

합의안의 핵심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미국에서 나보타 판매 및 유통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하되 에볼루스는 합의금과 나보타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 및 엘러간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도 일부 보유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합의 당사자에서 빠진 만큼 로열티 지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톡스 전쟁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우리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하고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갔다”며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에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2019년 1월에는 미국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대웅제약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균주”라고 맞섰다.

작년 12월 나온 ITC의 최종 판결은 ‘나보타 미국 수입 21개월 금지’였다.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해 5개월 전에 낸 예비판결(10년간 영업금지)에 비해 제재 수위를 크게 떨어뜨렸다. ‘메디톡스가 절반의 승리를 따내는 데 그쳤다’란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ITC의 최종 판결에서 누구도 완승을 거두지 못하자 양측 간 물밑접촉이 속도를 냈다. 감정싸움을 접고 실리를 챙길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합의로 에볼루스와 대웅제약은 나보타에 대한 미국시장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시장점유율 하락 등으로 고전하는 메디톡스에도 로열티 수입이 힘이 될 전망이다.

ITC 소송은 최종 결정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만큼 나보타 미국 판매는 조만간 재개된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다른 지역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분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국내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은 이번 합의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관련 국내 민형사 재판을 차질없이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김우섭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