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부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물질을 주입하거나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몸속에 넣는 방식이다. 바이러스와 비슷한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생성하는 도구란 점에서 백신을 맞아도 될지 고민하는 만성질환자가 많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의 고령층 접종이 보류되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취약한 만성질환자와 고령층일수록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성질환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알아봤다. 코로나19 치사율 높은 만성질환자
고령층과 만성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국내 80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의 치사율은 20.8%에 이른다. 70대 6.4%, 60대 1.3%, 50대 0.3%, 40대 0.1% 등 연령대가 낮을수록 치사율은 떨어진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상당수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을 앓은 기저질환자다.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아도 여러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혈관 속 염증 수치가 올라가면서 세포대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감염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감염 뒤 치사율이 높아지는 이유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5.3~26.4%,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14.5~21.8%가 당뇨병 환자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기계호흡 치료를 받는 사례가 일반인보다 1.93배 높았다. 사망률은 2.66배로 증가했다.
뇌졸중 환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심장학회가 발행한 학술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걸린 뇌졸중 환자는 감염되지 않은 환자보다 증상이 세 배가량 심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대다수 국가는 만성질환자를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면역 기억’ 만들어주는 백신백신은 ‘면역 기억’을 형성해주는 도구다. 외부 바이러스와 암세포 등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선천면역에는 대식세포, NK(자연살해)세포, T세포, B세포, 단핵림프구 등이 있다. 후천적으로 면역을 형성해주는 백신은 면역 세포들이 면역 활동을 기억하게 한 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도록 해준다.
상당수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대한당뇨학회는 이런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들은 “모든 치료는 득과 실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현 시점에선 득이 실보다 크다고 본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만성질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진 탓에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 아니냐며 걱정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에서 접종하는 코로나19 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바이러스 벡터,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한 백신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을 맞는다고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없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자체가 코로나19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며 “다만 백신을 맞았지만 충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탓에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지만 이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감염은 아니라는 의미다. 자가면역질환자 고민도 커져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이를 이겨내는 힘의 원천은 몸속 면역력이다. 이 때문에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자가면역질환자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류머티즘관절염, 척추관절염, 전신홍반성 루푸스 등 80여 개에 이른다.
가장 많이 알려진 류머티즘관절염은 관절에 염증이 생겨 관절이 변형되고 파괴되는 만성염증 질환이다. 40대 이상 여성 환자가 많다. 최지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류마티스내과 과장은 “자가면역질환자는 전신에 염증이 생기는 면역기능 이상을 앓는 데다 치료를 위해 다양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등 감염질환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일부 자가면역질환자는 면역억제제로 인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 자의적으로 약을 끊기도 한다. 류마티스학회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라면 스테로이드 등 약을 끊으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자가면역질환자도 다른 만성질환자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생백신은 맞으면 안 된다. 코로나19 백신 중 생백신은 없다. 최 과장은 “면역체계 반응을 약화시키는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는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접종 후에도 예방수칙 준수해야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이 보류되면서 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백신 부작용이 심하다거나 효과가 없다는 식이다. 틀린 얘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처럼 임상 3상 시험을 거쳐 사용 허가를 받았다. 백신 임상시험을 할 때 65세 이상 인구 집단을 적게 포함해 65세 이상 연령층의 효과를 확인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일 뿐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예방률이 가장 높은 화이자 백신조차도 접종자의 5% 정도는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임상시험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확인한 결과인 만큼 실전에선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백신을 맞아도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백신 접종 후 면역이 생기기까지는 2주 정도 걸린다. 만성질환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금연, 운동, 영양 섭취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