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해 ‘위법’ 판결을 잇달아 내놓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 자사고 일괄전환정책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19일 유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답변했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전문가 의견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하자 유 부총리는 “지정취소 절차에 대한 문제를 판결한 것이지,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고교체계 개편에 대한 위법성 판단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은 배재고·세화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무효소송에서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과정에서 교육청이 평가지표를 변경한 것을 평가 직전에야 학교 측에 알려준 것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작년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서 승소한 후 서울에서도 자사고 측이 같은 사유로 승소한 것이다. 2019년 ‘무더기 지정 취소’를 당한 10곳의 자사고 중 3곳이 승소했고, 나머지 7개 학교들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유 부총리는 2025년 예정된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정책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학교를 유형화하고,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 먼저 선발함으로써 입시 위주 교육을 더 부추기고 서열화하는 교육 정책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되 학생 선발 방식만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자사고 폐지가 지역간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일부 의원들 지적에 대해서는 “자사고·특목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고 이들 학교가 폐지되는 게 아니다”라며 “학생 선발 방식만 바뀔 뿐 학교 이름을 그대로 쓰고 기존의 교육과정도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2025년도에 모든 일반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자사고나 외고 등에서 운영한 특별한 교육과정도 일반고에서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