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사나이' 김태훈, PGA 첫 데뷔서 이글·홀인원

입력 2021-02-19 17:16
수정 2021-03-21 01:36
‘테리우스’ 김태훈(36·사진)이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홀인원을 기록해 고급 승용차를 손에 넣었지만 3홀 연속 타수를 잃는 등 들쭉날쭉한 모습도 노출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22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50만달러) 1라운드에서다.

김태훈은 이날 이글 2개(홀인원 포함)와 버디 3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7언더파를 친 선두 샘 번스(미국)에 5타 뒤진 공동 19위에 올랐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통산 4승을 기록 중인 김태훈이 미국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코리안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더CJ컵 출전권을 얻었지만 불참했다. 시즌 MVP인 제네시스 대상 도전을 위해서였다.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을 거머쥔 김태훈은 이번 대회에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했다.

김태훈은 국내 1인자의 면모를 경기 초반부터 보여줬다.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더니 11번홀(파5)에서는 핀과 8m 남짓 떨어진 벙커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으며 이글을 낚았다. 2개 홀에서 3타를 줄인 김태훈은 순식간에 공동 8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16번홀(파3)에서 나왔다. 핀과 168야드 떨어진 곳에서 티샷한 공이 그린에 맞고 두 번 튀더니 굴러가 홀인원이 된 것. 김태훈은 후반 들어 1번 홀(파5)에서 70㎝ 탭인 버디를 추가하며 공동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김태훈은 경기 후 “홀인원 장면은 못 봤지만 그린에 있는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며 “처음 출전한 PGA투어에서 일어난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티샷 난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2번 홀(파4) 티샷이 훅이 나면서 우여곡절 끝에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2퍼트로 홀아웃을 하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3번홀(파4)과 4번홀(파3)에서도 티샷이 흔들리며 그린을 놓친 그는 1타씩을 잃었다. 공동 39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던 김태훈은 8번홀(파4)에서 4m 거리의 버디를 잡아내 10위권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김태훈은 제네시스와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홀인원 부상으로 2021 제네시스 G80을 받았다. 그가 제네시스 차량을 부상으로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제네시스 GV80을 받았고, 11월 KPGA 제네시스 대상 1위를 차지하면서 GV70을 탔다. 김태훈은 “앞서 받은 두 대의 차는 부모님께 드렸는데, 이번에 받은 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7·미국),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1·미국), 조던 스피스(28·미국)는 나란히 3언더파를 치며 공동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로는 이경훈(30)이 1언더파 70타로 공동 34위, 강성훈(34)과 김시우(26)는 이븐파 71타를 쳐 공동 47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