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햄버거값 왜 2월마다 오를까

입력 2021-02-19 10:55
수정 2021-02-19 13:21

한국맥도날드가 오는 25일부터 버거류 11종 등 총 30종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19일 밝혔다. 주요 제품 중에서는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가 4500원에서 4600원으로, 불고기 버거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탄산음료도 100원, 커피는 사이즈와 종류에 따라 100~300원 가격이 오른다. 전체 품목의 평균 가격 인상률은 2.8%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월에도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1.36% 인상한 바 있다. 치즈버거와 빅맥세트 200원, 6개 품목에 대해 100~300원 가량 올린 바 있다. 맥도날드는 "닭고기, 돼지고기, 계란, 토마토와 양파를 비롯한 농산물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20~30% 급등했다"며 "이번 가격 조정은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 속에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설 지나면 물가인상 왜 롯데리아도 지난 1일부터 버거·디저트·음료·치킨 총 25종의 판매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버거와 디저트 등을 포함한 25종(버거류 13종, 디저트류 7종, 드링크류 2종, 치킨류 3종)에 대해 판매 가격을 조정했다. 평균 인상률은 약 1.5% 였다. 다만 대표 제품인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단품과 세트 메뉴, 디저트 치즈 스틱 등은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판매가 조정의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주요 원자재 수입국의 가격 불안, 기타 수수료 증가 등이었다.

버거 업계는 2017년과 2018년에도 2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2019년에는 연말에, 지난해에는 연초에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업계에선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으로 다른 브랜드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 식품 업계는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느냐 눈치게임을 한다"며 "일반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소비자 물가 부담이 심각했던 터라 올해는 설 직후에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식품기업 잇달아 가격 올라 버거뿐만 아니라 탄산음료와 즉석밥 등 가공식품들은 새해 들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2월부터 대표 제품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가격을 각각 6.6%, 7.9%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콜라 1위 코카콜라사는 올해부터 가격을 100∼200원 인상한 바 있다. 일반 음식점에 납품하는 업소용 제품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오른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한 회사가 시동을 걸면 줄줄이 이어진다. 경쟁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가격 인상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달 오뚜기가 즉석밥 오뚜기밥 가격을 올리자 업계 1위 CJ제일제당도 햇반 가격 인상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즉석밥 시장에서 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국제 밀 가격 폭등…생활필수품 라면도 '눈치게임' 국제 밀 가격 폭등으로 베이커리 업계도 가격 인상에 합류했다. 라면 업계도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베이커리 2위 브랜드 뚜레쥬르는 이달 들어 가격을 약 9% 올렸다. 빵 주원료 밀가루·버터·치즈 원가 상승에 따른 선택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1월 국제 밀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최근 폭등한 계란값도 베이커리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 1위 파리바게뜨는 19일부터 일부 빵 가격을 평균 5.6% 올리기로 했다. 660개 제품 가운데 14.4%에 해당하는 95개 품목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인상했다. 땅콩크림빵은 1200원에서 1300원, 소보루빵은 1100원에서 1200원, 치킨클럽 3단 샌드위치는 4100원에서 4200원으로 100원씩 오른다.

업계에선 라면업체들의 가격 인상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라면의 가격은 소비자 저항이 가장 높은 품목이다. 라면 기업은 수 년째 가격 동결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은 2016년 이후 신라면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가격 인상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오뚜기 역시 2008년 이후 진라면 판매가를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대형마트 라면 납품 가격을 올렸다가 업체와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공장 설비 고도화로 인건비 투입은 예년과 비교해 줄었지만 주 52시간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며 "수 년째 가격 동결 정책을 펼치고 있어 라면값 인상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