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요기요 매각' 獨딜리버리히어로, 태평양에 김앤장까지 선임한 이유는?

입력 2021-02-19 10:30
수정 2021-02-19 10:31
≪이 기사는 02월18일(04: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배달통 등을 보유한 한국법인(DHK)을 매각하기 위해 2곳의 법률자문사를 선임했다.

18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앤장법률사무소에 DHK 매각과 관련한 법률 검토를 맡겼다. 태평양은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할 때 자문을 맡았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특히 요기요와 배달통의 설립 초기 단계부터 깊이 관여해온 점을 높게 평가해 태평양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의 경우 DHK 매각의 공정거래 자문만 돕는다.

◆김앤장, '절반의 성공' 자문료 상쇄 목적?… "사후 이행보고는 당연"

김앤장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당시 매도자 측인 우아한형제들을 도왔다가, 이후 인수자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승인심사까지 따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공정위가 국내 배달업체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결합심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 전망이 왈가왈부했었지만, 김앤장은 승산에 자신을 보이며 시간당 자문료(타임차지)에 할인 베팅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에 DHK를 매각하라는 구조적 명령을 내림으로써, 김앤장의 자문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앤장이 딜리버리히어로로부터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자문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DHK 매각 자문을 도와 벌충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이번에 김앤장이 맡은 역할은 공정위에 DHK 인수희망자를 보고해 확인을 받는 역할에 국한됐다. 원래 공정거래심사 통과는 인수자 측의 과제지만, 공정위의 매각 명령에 따른 매물의 경우 인수자가 아닌 매도자가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게 로펌업계 설명이다. 한 공정거래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 사후 이행보고하는 형식적인 절차 등의 경우 자문료가 수천만원 정도로 미미하다"면서 "김앤장이 앞서 제대로 받지 못한 자문료를 벌충하기 위해 그같은 전략을 모색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펌 일각, 2015년 '7兆 대어' 홈플러스 인수전 재현 기대

일각에서는 김앤장이 몸값이 2조원으로 거론되는 대형 매물인 DHK의 인수희망자 측 자문을 맡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매도자 측에서라도 거래에 참여해 대외적으로 '완주 모양새'를 취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딜리버리히어로-배달의민족 공정거래심사를 도운 과정에서 딜리버리히어로의 내부 사정을 잘 알게 된 김앤장이 원매자의 DHK 인수 자문을 맡게 되면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2015년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할 때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홈플러스의 변호를 맡고 있던 김앤장이 딜 관련 자문을 맡는 것을 반대했던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앤장은 7조원 대형 거래였던 홈플러스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해 연말 리그테이블 실적에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딜 자문'과 '공정거래 자문'은 별개 영역이라 무관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또 다른 공정거래업계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공정거래심사 업무는 필수적이고, 앞으로도 공정위의 구조적 명령에 따른 매물이 나올 경우는 많을 텐데 그럴때마다 이해상충 논란을 제기한다면 로펌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