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 새 지평 美퍼서비어런스…"생명체 흔적 찾는다" [영상]

입력 2021-02-19 07:33
수정 2021-03-21 01:36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생명체 흔적을 찾는 등 주어진 미션들을 수행하며 화성 탐사의 새 지평을 열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이날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해 7월30일 발사된 뒤 4억7100만㎞를 비행해 화성에 도달했다. 퍼서비어런스는 가장 까다롭고 위험도가 높아 '공포의 7분'이라 불리는 엷은 오렌지색 화성 대기권에 대한 진입, 하강, 착륙(EDL) 과정도 무사히 통과했다.

AP통신은 "화성과 지구 간 거리가 멀어 퍼서비어런스가 NASA 관제소로 보낸 화성 안착 신호는 착륙한 뒤 11분30초가 지나 지구에 도달했다"고 했다. 자동차 한 대 크기로 무게는 1026kg에 달하며, 향후 몇 주 동안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이 기간 화성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고 지구로 가져올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예제로 크레이터는 30억∼40억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돼 유기 분자와 기타 미생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유기물을 찾아내고 암석과 토양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탑재된 만큼 토양·암석 샘플 등을 채취해 수십 개 티타늄 튜브에 담아 화성의 약속된 장소에 보관한다. 이 샘플들은 추후 발사될 또 다른 로버들이 수거해 오는 2031년 지구로 보내줄 전망이다.

미국은 오는 2030년대에 화성 유인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퍼서비어런스는 이에 앞서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퍼서비어런스에 함께 실린 1.8㎏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첫 동력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또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뽑아내 로켓 추진 연료와 호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수행한다.


지금까지의 NASA 화성 탐사 로버 중 가장 규모도 크고 정교한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탐사로봇 상 처음으로 두 개의 '녹음 마이크'가 장착돼 있어 주목된다. 과거 탐사선은 화성을 보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았지만, 아직까지 '화성의 소리'를 캡처한 탐사선은 없었다. 각국의 과학자들이 '퍼서비어런스가 새 지평을 열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약 3조원(27억달러)가 투입된 '화성 2020 미션'의 핵심인 퍼시비어런스는 오디오 장비를 붉은 행성으로 가져간 최초의 NASA 탐사 로버는 아니지만, 1999년 마스 폴라 랜더, 2008년 피닉스 등 앞선 착륙선들이 할 수 없었던 '공포의 7분' 과정 소리 녹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편 퍼서비어런스 트위터 계정은 착륙 직후 "나는 화성에서 안전하다"라는 트윗을 보냈다. 5분 후엔 "내 영원한 집에서의 첫 시선"이라는 문구와 함께 화성에서 처음으로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스티브 유지크 나사 국장 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착륙은 세계 우주 탐사와 미국, 나사의 중점적인 순간"이라며 "말하자면 교과서를 다시 쓰기 위해 연필을 깎는 발견의 변환점"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