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를 흔들어 놓은 건 세계 최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였습니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상장업체 중 80% 이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고 있는 와중에, 월마트가 충격적인 성적표를 공개한 겁니다.
월마트는 작년 4회계분기(2020년 10월~2021년 1월)에 20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의 순이익이 41억4000만달러였으니, 1년 만에 60억달러 넘게 급감한 겁니다.
영국·일본 투자에 따른 사업 손실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이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작년 4분기의 주당순이익(EPS)은 1.39달러였습니다.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시장 예상(1.51달러)을 밑돈 게 문제였습니다.
월마트는 또 “올해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내놓았습니다. 백신 보급 확대로 유통업체 특유의 ‘팬데믹 특수’가 둔화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엔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이 회사가 배당을 종전 대비 1센트 높인 55센트로 결정하고, 2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지만 주가는 이날 6.5% 급락했습니다.
월마트는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매장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을 15달러 이상으로 인상하겠다”고 했습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150만여 명, 전 세계에서 22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자사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시간당 11달러)으로 유지할 것이지만 평균 임금을 15달러 이상으로 높이고, 다음달부터 적용할 계획입니다. 즉각 임금이 오르는 직원 수는 42만5000명으로 계산됐습니다.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기업 부담을 이유로 시행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시간당 15달러 임금은 너무 높다”고 반발했던 맥밀런 CEO가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은 모양새입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 먼저 미국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약세를 보였는데요, 고용 지표 악화와 월마트 실적 부진이 부담을 줬습니다. 지수가 그동안 급등했던 데 따른 부담도 있었습니다.
우선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1만3000명 늘어 86만1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 예상치(77만3000명)를 크게 웃돌면서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부진한 4분기 순익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분기에 20억9000만달러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습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1.39달러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올해 실적 전망을 다소 부정적으로 제시하면서 주가가 6.5% 급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물가 지표는 상승세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미국의 1월 수입 물가는 전 달 대비 1.4% 뛰었습니다. 2012년 3월 이후 9년여 만의 최대 상승폭이었습니다. 1월 생산자 물가 역시 2009년 집계 이후 최대의 월간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 비트코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만달러를 돌파했지만 거품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데.
작년 12월 처음 2만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이후에도 가파르게 올라 현재 5만2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 속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달러의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모은 겁니다.
테슬라와 BNY멜론, 마스터카드, 모건스탠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관련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거품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의 규제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암호화폐가 북한 등의 불법 금융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암호화폐에 더 많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팀 레인 부총재도 “비트코인에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는 이슈도 소개해 주시죠.
쿠오모 주지사는 차기(2024년)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비중 있는 정치인인데요, 어제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뉴욕주 내 요양원에서 사망한 코로나 환자 수를 고의로 축소했다는 혐의입니다.
쿠오모는 작년 8월 이후의 요양시설 사망자가 8500명이라고 밝혔다가, 사망자 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1만5000명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거의 매일 언론 브리핑을 열어 찬사를 받았으나, 거짓말 논란으로 정치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뉴욕주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이날 기준 총 4만6600명으로, 캘리포니아(4만7900명)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 끝으로 투자자를 위해 향후 주요 일정을 정리해 준다면.
다음주 증시 역시 부양책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다음주 중 부양책 규모를 확정하고 하원 표결을 통해 최종 법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으로 보낼 계획입니다. 부양책 규모는 1조5000억달러에서 1조9000억달러 사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부양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추가 지급 등 작년 말 통과시킨 기존 부양책의 약발이 3월 중순 끝나기 때문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800곳 넘는 기업들이 다음주에 작년 4분기 실적을 공시합니다. ‘빅 데이’는 목요일인 25일입니다. 수소전기차 기업인 니콜라와 백신업체 모더나, 에어비앤비, 베스트바이, 비욘드미트 등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앞서 24일엔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실적을 공개합니다.
경제 지표 중에선 26일 개인소득 및 소비지출(각 1월 기준)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부양책 및 백신 효과로 경기가 반등하려는 조짐을 보였을 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일주일 간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향방도 지켜봐야 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