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와 증시 호황 등으로 역대급 성장을 이뤄낸 스타트업들이 2021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본격 생존전쟁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개발자 확보다.
스타트업들은 ‘개발자 100명 채용’을 기치로 내걸고 인재를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연봉 인상은 물론이고 스톡옵션, 특화된 복지제도 등 다양한 무기를 제시하고 있다.
와디즈·브랜디·카카오 등, 개발자 100명 채용 선언
와디즈는 이달 초 연내 개발자를 100명 규모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와디즈는 올해 상반기 내로 법인을 펀딩과 투자 서비스 두 개로 분리한다. 기존 크라우드펀딩에서 사업을 확장해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핀테크 기업이자 IT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 프론트엔드, 백엔드, 앱개발, 데이터분석, QA, DBA, PO, 프로덕트디자이너 등 부문의 채용문을 열었다. 와디즈는 지난해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인공지능 전문가 등을 영입했고 티맥스소프트 출신의 윤동균 이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력 강화를 준비 중이다.
와디즈는 포괄임금제 폐지와 함께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출근시간을 직접 선택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1천만원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
패션 플랫폼 ‘브랜디’를 운영하는 패션테크 기업 브랜디는 지난해 5월 개발자 100명 채용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이를 조기 달성했다. 코딩테스트와 세 차례의 역량면접을 거쳐 주로 3~7년차의 개발자를 확보했다. 아울러 사세 확장과 신사업 준비를 위해 올해까지 총 200명의 개발 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자에 특화된 복지제도도 운영한다. 개발자가 직접 일정을 짜게 하고, 장기간 휴식 없이 일하는 ‘크런치 모드(Crunch Mode)’도 없앴다.
목표했던 IT인재 확보 완료 후, 브랜디는 올해 서울 역삼동 14층 규모 빌딩에 통합 오피스를 구축해 개발부서 오피스 ‘랩스’와 본사를 통합했다. 기존의 개발자 전용 사옥은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가 함께 신규 프로젝트를 실험할 수 있는 ‘문샷센터’로 활용된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커머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8개 자회사가 신입 개발자를 100명 이상 채용했다. 회사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네이버도 지난해 본사와 계열사 6곳에서 일할 개발직군 경력사원을 세자릿 수 선발했다.
뷰티 플랫폼 ‘화해’를 운영하는 버드뷰도 경력 개발자를 공개 채용한다. 버드뷰는 지난해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을 영입한 데 이어 뷰티테크 기업을 목표로 개발 조직을 연 내 두 배로 확장한다. 아울러 시니어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학습비 지원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실험을 주도해 볼 수 있도록 자기계발 기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자 전용채용관 등 전문 플랫폼도
스타트업 개발자 채용을 위한 전용 채용 플랫폼도 생겼다. 신한퓨처스랩은 지난해 10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신한퓨처스랩이 육성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개발자 전용채용관 ‘신한퓨처스랩 채용관’을 열었다.
신한퓨처스랩은 신한금융그룹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핀테크, 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
신한퓨처스랩 채용관에는 신한퓨처스랩 동문기업들의 채용공고를 게재한다. 동문기업 실무자가 출연하는 직무 이야기와 유망한 스타트업의 직무 정보 및 기업문화도 담길 예정이다. 신한퓨처스랩 채용관 운영은 올 12월 10일까지다.
브랜디는 누구나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명예 리크루터 제도’를 도입하고 서정민 대표가 직접 7차례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8월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코딩대회 ‘코드네임B’를 개최해 우수 개발자 찾기에 나섰다. 코딩 부트캠프 ‘위코드’를 활용한 비전공 신입 개발자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벤처투자규모 역대 최대… 고용도 ICT기업이 이끌어
스타트업들이 이처럼 개발자 채용에 적극적인 것은 지난해의 성과에 힘입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규모는 4조3045억원으로 2019년 4조2777억원 대비 268억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투자 건수(4231건)와 피투자기업 수(2130개사)도 모두 역대 최다 규모다. 특히 1~2분기까지 주춤했던 투자실적은 3분기 회복세를 보였고, 4분기에만 1조412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이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부각된 바이오·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투자의 증가, 증시 활황으로 인한 엑시트(투자회수) 기대감 상승, 정부주도의 모태펀드 및 케이(K)-유니콘 프로젝트 등의 영향이라는 게 중기부의 분석이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직무대리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벤처펀드와 더불어 벤처투자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동시에 달성했다”며 “이는 국내 스타트업?벤처 생태계의 미래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대심리로 인해 핵심 분야인 IT인재에 대한 수요가 자연히 높아지고 있다. 16일 중기부가 발표한 '혁신 스타트업·벤처기업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2만1185명)와 유통·서비스(9066명), 바이오·의료(4942명) 세 개 업종이 전체 벤처기업 고용(5만3000여 명)의 절반을 차지했다. 유통·서비스 업종 역시 ICT 플랫폼 기반 도·소매업계의 고용이 주로 늘었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e커머스 서비스에서 이용자의 취향에 기반한 개인화추천, 판매자의 생산관리를 위한 수요예측 기술 등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브랜디도 이미 개발자가 전체 구성원의 3분의 1 수준인 100명에 달하지만 우수한 개발자를 더 확보하고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일 버드뷰 CSO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트렌드'가 가속화 하면서 IT서비스의 성장과 고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대응해 테크 기업으로써의 혁신을 위해 IT인재 채용 필요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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