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 와중에 최대 관광 박람회…코로나 끝나기만 벼른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2-18 15:08
수정 2021-02-18 15:26

예약할 때 여권사진만 등록하면 투숙기간 동안 직원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호텔, 이용자가 없는 때를 확인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온천, 인공지능(AI)이 계산하는 식당.

17일 도쿄빅사이트에서 열린 '인바운드마켓 엑스포2021'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일본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발된 차세대 설비와 서비스가 한데 모였다.

일본능률협회 주최로 4년째 열리는 인바운드마켓 엑스포는 외국인 관광객(인바운드)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는 일본 관광업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확정을 계기로 40년 넘게 따로 열리던 국제호텔·레스토랑쇼, 지역특산품 전시회, 푸드·케이터링쇼, 패키지·디자인전 등 관광 관련 이벤트를 4년 전부터 단일 이벤트로 묶었다.


올해는 약 590개사가 1515개 부스를 열어 자사 제품을 소개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형 연례행사가 대부분 중지된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긴급사태를 선언했지만 인원수를 5000명으로 제한해 대규모 이벤트 개최를 허용하고 있다.

다나베 아이코 일본능률협회 홍보담당자는 "참가자들이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어야 관광업 행사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참가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참가인원수를 제한해 실시했다"며 "외국인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해외 참가자까지 초청해 더 큰 규모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바운드마켓 엑스포 출품작들의 공통점은 비대면, 비접촉, 정기구독 방식이었다.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과 탈석탄 시대의 관광산업을 미리 보여줬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자금부담을 줄이면서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도 특징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구조개발연구소와 커넥티드재팬, 아트개발은 무인 숙박시설 체크인·체크아웃 시스템과 혼잡상황이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조개발연구소의 무인 체크인·체크아웃 시스템은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파이형 도어록인 '리모트록'과 안면인식 기술을 조합했다. 호텔을 예약할 때 여권사진만 등록하면 투숙객은 호텔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호텔 직원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안면인식 장치가 투숙객의 얼굴을 알아보고 투숙기간 동안 출입문을 자동으로 여닫아준다. 도어록 비밀번호는 온라인으로 받아본다.

가나자와 후미오 구조개발연구소 영업부장(1급건축사)은 "호텔 프론트에서 전 객실의 도어록 비밀번호를 투숙기간에 맞춰 원격으로 설정하고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내 각종 시설의 혼잡도를 SNS메신저 라인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 '3밀대관'을 내놓은 커넥티드재팬은 숙박시설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유일하게 네이버 라인의 기술파트너로 선정됐다.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라인앱으로 혼잡 상황은 물론 호텔 객실마다 비치된 안내책자도 비접촉식으로 열람할 수 있다.

호텔 앱을 일일이 다운받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폐쇄회로TV(CCTV) 대신 센서로 이용객 숫자를 파악하는 방식이어서 설치비용도 기존의 절반이다. 나카하마 야스히로 커넥티드재팬 대표(사진)는 "CCTV가 달려있는 온천이나 수영장을 꺼려하는 여성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위생관리회사 이플랜의 이미스트는 비접촉식 항균·소독 터널이다. 레스토랑이나 전시장 입구에 설치하면 고객들에게 일일이 소독을 요청하지 않아도 99.9% 수분으로 구성된 알칼리성 연무가 분사돼 바이러스균 99% 이상을 잡아낸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브레인의 '푸드스캔'은 100% 셀프서비스 방식의 계산대다. AI가 화상으로 식판 위에 놓인 요리의 가격을 인식하기 때문에 주문부터 결제까지 식당 직원의 손이 닿지 않아도 된다. 주문과 계산을 빠른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어 비슷한 시간 대에 사용자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사원식당과 학생식당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페용 푸드스캔은 이미 이용 고객 점포가 1000곳을 넘었다.

커넥티드로보틱스의 무인 소바 제조로봇은 주문과 동시에 두 대의 로봇 팔이 약 1분에 한그릇씩 소바를 만들어 낸다. AI로 튀김 등 토핑의 남은 양을 관리하고 결제도 무인방식이다. 다카노 유리카 커넥티드로보틱스 인사·홍보 담당자는 "일반 소바집 직원 1명분의 일을 해낸다"고 말했다.


설비를 판매하는 대신 매월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정기구독 방식(서브스크립션)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올해 엑스포의 특징이었다. 나카하마 커넥티드재편 대표는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은 숙박·외식업계는 새로 거액을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초기 비용을 기존 서비스의 절반으로 줄이고, 매월 서비스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아트개발의 혼잡도 확인 서비스는 초기 설치비용 없이 월 서비스요금이 1000엔(약 1만448원)이다. 브레인의 푸드스캔 시간당 이용료는 식당에서 담당 직원 한명을 고용하는데 드는 시급의 절반 수준인 500엔이다. 소바 로봇은 월 25만엔으로 직원 1인당 인건비 수준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