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권진아의 감성은 '독보적'이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안정적으로 귀에 들어오는 그의 노래와 목소리에 편안함이 느껴지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가볍게 '권진아 표 감성'을 접했다가도 이내 그 깊고 진한 색채에 빠져든다. 권진아의 입에서 나온 '권진아 필터'라는 말. 그의 노래를 듣고 공감과 위로를 받은 이들이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권진아는 18일 오후 6시 새 EP '우리의 방식'을 발매한다. 약 1년 5개월 만에 발표하는 피지컬 앨범. 한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권진아는 "대중 분들 앞에 서는 일은 언제나 긴장되고 떨리지만 이번엔 어느 때보다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오래 기다린 팬들에게도, 권진아에게도 이번 EP는 더없이 특별하다. 권진아가 전곡 작사·작곡은 물론 메인 프로듀서 역할까지 도맡아 완성한 첫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권진아는 "아직 스스로를 프로듀서로 표현하는 것이 많이 쑥스럽지만 프로듀서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거친 지금,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권진아는 이번 EP에 타이틀곡 '잘 가'를 비롯해 브리티쉬 락 기반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우리의 방식', 설레는 봄을 미리 느낄 수 있는 '꽃말', 자신의 기존 영역을 완성시키는 감성 발라드 '유 올레디 해브(You already have)', 죠지와 함께 한 듀엣곡 '어른처럼',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여행가'까지 총 6곡의 자작곡을 실었다.
그는 "수록된 여섯 개의 곡을 단편집 형식으로 담아낸 앨범이다. 전곡을 작사·작곡했는데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놓고 보니 자연스레 여러 장르의 곡들이 나왔다. 지난 정규 앨범 때는 주로 발라드 트랙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은 다양하게 듣는 재미가 있으실 거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단편집 구성을 취해 독특함을 더했다. 권진아가 화자가 되어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여섯 개의 단편 소설로 비유해 한 편의 단편집 형태를 갖췄다. 권진아는 "6곡 모두 다른 장르와 스토리들을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권진아라는 한 명의 화자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과 생각들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단편집 콘셉트를 구상하게 됐고, 가사 속 많은 문장들에 내 감정과 경험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잘 가'는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을 예감한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별 곡이다. 권진아는 '잘 가'를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도입부가 인상적인 곡이고, 내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이질감 없이 들어주실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던 이별의 순간에 아프지만 담담히 보내주려는 마음을 표현했다. 언제나 그랬듯 내 노래는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담담한 가사와 달리 애절하게 노래했다"면서 "가슴 절절하게 슬픈 곡은 아니지만 담담한 노랫말 속에서 위로를 받으실 거다"고 덧붙였다.
권진아는 전곡 작사·작곡뿐만 아니라 트랙 구성, 녹음, 타이틀곡 선정, 후반 작업까지 전반적인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인 권진아가 처음으로 메인 프로듀서 역할까지 소화했다는 점에서 트랙 하나하나 온전한 그의 색채를 느껴볼 수 있을 터. 권진아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앨범 전체를 감상했을 때 듣는 분들의 마음 속에 진한 여운이 남을 수 있도록 모든 곡에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소속사 대표 유희열의 곁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메인 프로듀서 데뷔식을 무사히 치렀다는 권진아였다. 그렇다면 프로듀서로서 바라본 가수 권진아는 어땠을까. 참 진중하면서도 솔직한 현답이 돌아왔다.
"어떤 장르든 '권진아 필터'를 거쳐서 표현할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로 봐주셨으면 해요. 두드러지게 빛나는 색은 아니더라도 은은하고 강하게 빛나는 색이면 좋겠어요."
'우리들의 방식'을 통해 얻고 싶은 성과나 듣고 싶은 반응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번 앨범 제작의 전반적인 부분을 끌고 가면서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대중의 반응을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일희일비하지는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편이다. 과정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한다. 기대하는 반응이 있다기보다는 어떤 피드백이 올지 너무나도 궁금한 상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오랜 시간 앨범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며 "아직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양한 무대와 음악으로 자주 찾아뵙고 싶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저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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