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선수 강제 키스"…도쿄올림픽 수장, 이번엔 '성추행' 논란

입력 2021-02-18 18:58
수정 2021-02-18 18:59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 후임에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담당장관이 선임됐지만 논란은 '성차별'에서 '성추행'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후보를 선정하는 검토위원회는 1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하시모토 담당상을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하시모토 신임 조직위원장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1500m에서 3위를 기록해 일본 여성으로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인물이다.

1995년 참의원 선거 당선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현재 5선 의원으로 2019년 9월부터 올림픽 담당장관으로 활동해 왔다. 올림픽 관련 경험은 풍부하지만, 과거 행동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폐막식 후 열린 뒤풀이 행사에서 술에 취한 채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에게 무리하게 키스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시모토는 당시 일본 스케이트연맹 회장이자 선수단장이었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실상 성폭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 폭로한 이 스캔들은 AFP통신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트위터에는 하시모토가 새로운 조직위원장으로 거론될 단계부터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잇따라 게시됐다.

특히, 슈칸분슌은 지난 17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하시모토의 성추행은 다카하시 1건이 아니다"고 보도하면서 피해자 중 한 명인 적직 여성 의원의 입을 빌려 "하시모토는 술에 취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입을 맞추는 버릇이 있다"고 폭로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정상 개최가 어려워진 도쿄올림픽의 부정적 이미지가 전 위원장의 '성차별'에서 신임 위원장의 '성추행' 문제로 옮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하시모토를 회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적절한지와는 별개로 조직위의 인선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인선에 관한 브리핑이나 회견도 하지 않고 후보자 검토를 위한 두 번째 회의가 17일 열렸고 18일 세 번째 회의가 열린다는 내용만 기재된 자료를 배포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