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사 새로운 변수 '통역대란'…외국인 확진자 센터 가동

입력 2021-02-18 17:54
수정 2021-02-18 17:55

경기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연관 확진자가 120명을 넘어선 가운데 확진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이고 출신 국가도 다양해 방역 조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경기도와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플라스틱 공장 근로자 등 120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남양주시에 역학조사관 16명을 파견해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파악, 감염경로 조사 등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장은 근로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로, 확진자 가족 3명을 제외한 120명의 확진자(타 공장 확진자 1명 포함) 중 110명이 17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다.

출신국가도 다양하다. 중국과 캄보디아, 세네갈, 기니, 나이지리아, 말리, 태국, 러시아, 라이베리아, 필리핀, 알제리, 가나, 모로코, 이집트, 예맨, 콩고 등이다. 이렇듯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가 확진되다 보니 사용하는 언어도 제 각각이어서 통역 대란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역학조사관들은 사전에 준비한 외국인 통역풀과 경기도 외국인 콜센터, 다문화가정 지원센터까지 통해가며 가까스로 기초역학조사는 마친 상태다. 하지만 아랍어권 등 몇몇 근로자와는 소통이 불가능해 여러 언어로 2~3차례에 걸쳐 재통역하는 등 조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보다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심층역학조사가 남아있어 통역 문제가 추가 확산 조기 차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현장 애로사항이 거론되자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급히 아랍어 통역 가능자를 물색하는 등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외국인 감염에 대비해 한국어와 출신 국가 언어가 가능한 통역 가능자 명단을 만들어 놨었지만 워낙 많은 국적의 확진자가 발생하다보니 어제는 통역 때문에 기초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은 그나마 여가부에서 어제 제일 문제가 됐던 아랍어 통역인을 찾아주기로 해 조사가 조금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내친김에 외국인 확진자를 주로 수용·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남양주 공장 뿐만 아니라 안산·평택 이슬람 성원에서 외국인 집단감염이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실제로 지난 17일 0시 기준 경기 안산·평택 이슬람 성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신도가 34명에 달했다. 안산 이슬람 시설의 경우, 한 방에 15명이 집단 거주하는 숙소에서 공동 조리와 식사를 하며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고 출입 명부 관리도 미흡한 것이 주요 감염이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기도는 감염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확진자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경기도 4호 생활치료센터를 '거주 외국인 선호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했다.

이 치료센터의 수용규모는 200명으로, 의료진 21명이 투입된다. 치료센터 운영은 명지병원에서 맡는다. 시설 등이 갖춰지면 곧바로 운영에 들어간다.

경기도는 "경기도 4회 생활치료센터를 외국인 선호 생활치료센터로 전환·운영한다"며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선 통역과 여러가지 행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