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이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 기술을 동남아시아 제약사에 1조2000억원에 수출했다. 지난달 2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녹십자랩셀에 이은 올해 2호 ‘조(兆)단위 기술수출 기업’이 됐다.
제넥신은 18일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GX-I7’을 인도네시아 KG바이오에 기술이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KG바이오는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에서 GX-I7의 사용권을 갖게 됐다.
제넥신이 받는 선급금은 2700만달러(약 299억원)다. 여기에 임상 단계 및 상용화 정도에 따른 성과금(마일스톤)을 합하면 총 계약 규모는 11억달러(약 1조2185억원)로 불어난다. 계약한 지역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도 포함됐다.
KG바이오는 시가총액이 7조원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최대 제약사 칼베파르마와 제넥신이 2015년 합작해 세운 인도네시아 바이오업체다. 칼베파르마가 64%, 제넥신이 20%, 미국 투자사인 제너럴애틀랜틱이 15% 지분을 들고 있다.
KG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GX-I7에 대해 항암제가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되는 대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00만 명분의 백신 생산시설도 구축 중이다.
GX-I7은 제넥신의 대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으로 꼽힌다. 이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 증식을 돕는 신호전달물질 ‘인터루킨-7’이 체내에서 장시간 머물도록 한다. 제넥신은 이 신약 후보물질을 머크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 다른 면역항암제와 같이 쓸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제넥신은 이 항암제가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T세포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때 T세포가 다시 늘어나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T세포가 체내에서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를 늘리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항암제 개발은 순항 중이다. 중국 포순제약의 자회사 헨리우스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HLX10’과 GX-I7의 병용 투여 임상을 추진 중이다. 제넥신의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인 빈혈 치료제 ‘GX-E4’의 동남아시아 임상 3상도 이 회사가 맡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