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일본 최대 전시회장인 도쿄빅사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긴급사태 발동 기간임에도 일본 최대 관광박람회인 ‘인바운드마켓 엑스포2021’(사진)이 열렸다. 일본으로 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이번 박람회에 590개 업체가 참가해 1515개 전시장을 설치했다. 나흘 일정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 이날 하루에만 50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인 일본능률협회가 40년 넘게 따로 열던 행사를 2018년부터 한데 묶어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국제호텔·레스토랑쇼, 지역특산품 전시회, 푸드·케이터링쇼, 패키지·디자인전 등이 통합 대상이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분위기를 띄우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날까지도 코로나19로 이번 행사가 연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지난 1월 예정됐던 일본여행업협회(JATA)와 정부관광국 주최의 대규모 박람회도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이날도 긴급사태 기간이었다. 지난달 8일부터 도쿄도와 수도권 등 10개 지역이 적용 대상이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1000명을 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전날에도 1447명의 감염자가 확인돼 누적 확진자가 42만 명을 넘었다.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긴급사태를 조기에 해제할 수 있다던 일본 정부도 “최소한 이번주에는 긴급사태 조기 해제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최대 관광박람회가 예정대로 열린 것이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응해 일본 정부와 여행업계가 어떻게든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박람회장엔 제한 인원을 꽉 채울 정도로 참가자가 몰렸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중에도 인원을 5000명으로 제한하면 대규모 이벤트를 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나베 아이코 일본능률협회 홍보담당자는 “외국인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해외 참가자까지 초청해 더 큰 규모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박람회의 공통점은 비대면, 비접촉, 정기구독 방식이었다.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과 탈(脫)석탄 시대의 관광산업을 미리 보여줬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도 특징이었다.
예약할 때 여권사진만 등록하면 투숙기간에 직원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호텔, 이용자가 없는 때를 확인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온천, 인공지능(AI)이 계산하는 식당 등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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