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나답게’다. 이 욕구는 가구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세련되게 잘 만든 가구를 찾으면서도 그 가구가 내 공간에서 나답기를 바라는 마음. 그럴 때 관심 가져볼 만한 게 모듈 가구다. 이사를 해 공간이 바뀌었거나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겨 가구의 쓰임에 변화가 필요할 때 모듈 가구는 다양한 선택지를 준다. 요즘 인기 많은 모듈형 가구 중에서도 1982년 덴마크에서 탄생한 몬타나(MONTANA)는 공간을 나답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효과적인 팔레트다.
“조각가가 추상적인 돌로 시작할 때, 나는 추상적인 네모난 상자로부터 시작했다. 상자의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제거했다. 모든 요소는 무한대로 결합돼야 하며, 실용성과 미학성을 갖추고 유행을 타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몬타나 디자인의 DNA다.” 몬타나의 창업주 페테르 J 라센의 철학이자 모토다.
세계적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가 구축한 시스템 모듈 가구 몬타나에는 5 대 7 비례를 기반으로 계산한 철저한 수학적 논리가 숨어 있다. 페테르는 장인이 설립한 회사 프리츠한센에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올랐으나 해고당하고 만다. 베르너 팬톤, 존 우트존 같은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작한 모듈 가구가 너무 진보적이어서 고객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였다. 그는 해고되면서 받은 3년치 월급으로 프리츠한센에서 자신이 개발한 60×60 선반 유닛 개념에 대한 권리를 사들였고, 3년간 몬타나 설립을 준비했다. 그렇게 완성된 시스템이 서른여섯 가지 모듈, 네 가지 깊이, 마흔두 가지 컬러다. 이를 원하는 스타일로 조합해 벽면에 설치하거나 바닥에 쌓아 완성한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백인백색 무한대의 상상력을 공간에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외 디자인페어에서 몬타나 부스를 방문해 보면 크기와 컬러가 제각각인 모듈을 어찌나 기발하게 조합해냈는지,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에 한 번 놀라고 몬타나의 끝없는 가능성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몬타나가 요즘 더욱 각광받는 건 제조업체로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중요하게 인지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몬타나는 친환경 수성도료만 사용한다. 덴마크에서 생산을 고수하며 고품질을 유지한다. 유럽연합(EU) 에코라벨, 덴마크 실내 기후 라벨 및 ISO 14001 표준이 적용됐다. 개인의 공간을 자유롭게 창조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 생애 주기에 맞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친환경적인 노력까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지금 가장 최적화된 가구가 아닐까 싶다.
구선숙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