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은 법 개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올해 이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올해는 외부 인사 영입을 늘리고 코로나 19 지원 이후 연착륙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윤 행장은 이날 실시한 기자들과의 서면 간담회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며 “3월 중 금융위에 복수 후보를 제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임면한다. 은행장이 직접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구조다.
단 후보 추천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게 윤 행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외이사는 현행 법에 따라 선임될 것이며,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제청할 계획”이라며 “직원(노조)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행장은 “사외이사로의 선임 여부는 후보 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특정 후보가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부터 ‘근로자 추천이사’ 선임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사외이사 4명 가운데 김정훈 사외이사의 임기가 지난 12일 끝났다. 이승재 사외이사도 다음 달 25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노조는 자체 후보 추천을 진행하고 있다. 윤 행장도 지난해 취임 초기 노조 측에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외부 출신 인력 수혈은 적극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행장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해당분야 전문성이 필요한 자회사의 경우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취임후 현대카드 출신인 조민정 홍보브랜드 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외부 인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 이후 연착륙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게 윤 행장의 계획이다. 그는 “이자 및 원리금 유예가 종료되는 기업의 경우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 유예 이자의 분할 납부, 대출금 상환 유예, 대출금리 인하 등 ‘코로나19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약 25조원의 자금을 신규 공급하고, 이자유예·만기연장 유예를 해줬다. 작년 말 기준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건수는 총 29만707건(대출규모 78조774억원), 이자 납입 유예 건수는 총 3782건(대출 금액 1조5547억원)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지면 금융시스템과 국가 경제가 큰 충격을 받는다”며 “특히 매출 부진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등 불안 요인이 중소기업에 자금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스커퍼리 펀드 환매 사태도 최대한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지난해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 고객과의 면담 뒤 은행권 최초로 투자원금의 50%를 선지급했다. 추가 보상 요구에 대해서는 "객관성이 담보되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통해 손실 보상을 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분리·독립하고,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과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했다”며 "올해 3월부터 음성봇 녹취 시스템 도입하는 등 추가 대책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