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마포 성동 등 서울 강북 주요 지역의 전용 84㎡ 매매가격이 20억원 진입을 앞두는 등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빌라 재개발 등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담은 ‘2·4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전용 84㎡가 지난달 7일 19억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2·4 대책이 나온 뒤에 호가는 20억~21억원까지 상승했다. 홍파동 상경공인 관계자는 “신고가 계약 소식에 매도자들이 호가를 1억원가량 높여 내놓고 있다”며 “솔깃한 공급대책이 나오지 않자 실망한 예비 수요자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2·4 대책 이후 빌라와 다세대주택 매수세가 급감한 반면 아파트가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정부는 대책 발표일인 지난 4일 이후 거래된 빌라 등에 대해선 입주권 없이 현금 청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포 성동 등지의 아파트가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중개업계의 평가도 한몫하고 있다. 전용 84㎡의 수요층이 두터운 것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9일 18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11월의 18억2000만원이었다. 마포구 K공인 관계자는 “전용 84㎡가 18억8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같은 주택형의 호가를 5000만원 높인 19억원에 내놓은 매도인이 있다”며 “최근 로열동·로열층의 호가는 19억~20억원대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매매량은 줄어드는데 호가를 높인 매물이 거래되면서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464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7512건)보다 38.2% 감소했다.
성동구 재테크공인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은 많지 않은 가운데 호가가 계약으로 연결되다 보니 아파트값이 계단식으로 오르고 있다”며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들이 높은 호가에도 집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의 2·4 대책은 아파트 공급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아 실수요자의 실망감이 크다”며 “작년 3분기에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유지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