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학 분야 2019년 연구개발 예산은 915억원. 18대 과학기술표준분류상 만년 꼴찌 신세다. 보다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수학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각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한다는 것은 행렬과 벡터 연산에 파묻혀 살아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진정한 5G(5세대) 서비스인 28기가헤르츠(㎓) 대역 설비를 개발할 때도 수학적 지식의 응용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수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공적 통로를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국내 유일한 수학 연구전담 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최근 기관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선임을 미루면서 혼란이 커졌다.
지난달 3년 임기가 만료된 정순영 전 소장(서강대 수학과 교수) 후임 공모에 김현민 부산대 수학과 교수와 조도상 수리연 본부장 두 명이 지원했다. IBS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적격자가 없다”며 선임을 보류했다.
이후 재공모 과정에서 김용국 경북대 수학과 교수가 새로 지원했고, 김현민 교수가 다시 지원서를 냈다. 정 전 소장 역시 각계 추천을 받아 재공모에 나서면서 연임에 도전했다. 정 전 소장은 재임 시절 기업들이 경영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애로사항을 수학적으로 해결해주는 ‘산업수학 워크숍’을 정착시켰다.
정 전 소장이 연임에 나서자 수리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 전 소장을 비판하는 온라인 투서가 수학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BS 주변에 뿌려지기도 했다. 수리연은 내부 반목이 장기화돼 기관장들이 연달아 중도 하차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IBS가 매년 수천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기초과학 핵심설비 ‘중이온가속기’를 둘러싼 논란도 많다. 당초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심지어 상당 부분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연구재단은 이 사업을 두고 “가속기 구축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검 결과를 이달 내놨다. 지난해 5268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IBS는 이 사업에 2957억원을 투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