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의 유튜브 채널인 '빙그레 TV'가 구독자 10만명 이상 채널에 부여되는 '실버버튼'을 획득했다. 구독자 수 증가에는 '빙그레우스'를 비롯한 자체 캐릭터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15일 유튜브로부터 10만 명 구독 채널에 주는 실버버튼을 받았다. 실버버튼은 유튜브에서 공인받는 첫 단계로 인기 채널로 거듭나는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유튜브는 이밖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넘긴 채널에는 골드버튼, 1000만 명을 넘긴 채널에는 다이아몬드버튼을 제공한다.
주요 식품업체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10만 명을 넘긴 회사는 빙그레뿐이다. 제과업계에서는 롯데제과 6만4400명, 오리온 2만2500명 등이 있다.
빙그레TV가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한 비결은 단연 빙그레를 왕국에 빗댄 캐릭터 마케팅 덕분으로 꼽힌다. 대표 캐릭터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나라의 왕위계승자로 아버지로부터 왕명이 적힌 편지를 받고 빙그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을 맡는 설정의 인물이다. 빙그레우스는 바나나맛 우유 왕관에 비비빅 벨트, 빵또아 바지를 입는 등 빙그레 제품을 걸치고 있다. 업체는 빙그레우스를 활용해 B급 감성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 소식 등을 전달한다.
이외에도 빙그레우스를 보좌하는 인물로 빙그레 제품에서 차용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빙그레 왕국에 충성을 바쳐온 '투게더리우스 경(투게더)', 빙그레왕국의 열쇠기술자 '끌레도르', 빙그레왕국 유력 가문의 대표자 중 하나인 '메로나 공작' 등이다.
빙그레우스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시작된 뒤 유튜브로 옮겨갔다. 팔로어 수가 9만 명대였던 빙그레 인스타그램에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빙그레우스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후 팔로어 수는 14만 명대로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빙그레우스 마케팅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빙그레는 지난해 8월 '빙그레TV'에도 빙그레우스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인기를 끈 영상은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 영상이다. 영상에는 썰렁한 유머로 실소를 자아내는 일명 '아재 개그'를 남발해 '6개월 농담 금지형'을 선고받은 빙그레우스가 판결을 뒤집기 위해 뮤지컬 형식으로 최후의 변론을 펼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은 공개 3주 만에 640만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빙그레TV는 이외에도 자사 제품을 이용한 레시피, 채용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빙그레우스 인기에 빙그레는 지난해 11월 관련 굿즈도 출시했다.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모티프로 한 세안밴드와 빙그레 왕국 캐릭터들이 그려진 무릎담요, 빙그레우스와 붕어싸만코 이미지를 담은 실내화 등이 출시됐다.
업체 측은 빙그레우스 인기에 대해 MZ세대(10~30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유효했다고 분석한다. 빙그레우스가 SNS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다 B급 감성을 내세운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재밌고 새로운 SNS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