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16일(04: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청서 제출하면서 기업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33조원)에서 500억 달러(55조원)으로 천차만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초 쿠팡의 미국 상장 소식을 전하면서 기업가치를 최대 300억 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500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두 달만에 기업가치가 약 두배 가까이 불어났다.
쿠팡에 대한 평가가 20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모 가격 범위와 공모 수량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 S-1에는 공모 주식의 종류와 현재 발행된 보통주식수, 종목코드 등만 나타나있다.
쿠팡의 지분을 100% 보유한 모 회사 쿠팡LCC가 쿠팡INC로 전환된 뒤 CPNG라는 코드로 상장될 예정이다. 클래스A와 클래스B 두 종류의 보통주 중 클래스A만 상장한다. 쿠팡은 다음주 내로 구체적인 내역을 추가한 개정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상장 시기는 다음 달 말이 유력하다. 지난해 상장한 스노우플레이크, 도어대시 등이 S-1 서류 를 최초로 제출한 후 한달 내 상장을 완료했다. 쿠팡은 2~3주 간 전세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딜로드쇼를 진행하고 공모 주식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한국과 상장 절차와 방식에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회사가 희망공모가격을 공개하고 이틀 동안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수요예측을 받아 공모가를 확정한다. 전체 공모 주식수의 80% 가량이 기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20%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청약을 받아 주식을 배분한다. 미국에서는 일반 청약 절차가 없어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딜로드쇼가 본격화되면 어느 정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쿠팡의 주식을 사겠다는 큰 손 투자자들이 많을 경우 공모가는 점차 높아진다. 공모 절차도 단축된다. 반면 기관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경우 상장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상장이 무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호황을 맞은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상장한 미국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는 공모가가 주당 75~85달러였으나 90~95달러로 상향 조정됐고 마지막에는 100달러 이상 치솟았다. 이 회사는 기업가치가 160억 달러로 평가됐으나 상장 직전 300억 달러로 상승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640억 달러(70조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아마존과 도어대시, 신선식품 구매대행 앱 인스타카트 등을 합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3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총 거래액(GMV) 규모는 15조원 안팎. 올해 예상 총거래액은 25~30조원이다. 기업가치가 50조원일 경우 P/GMV는 2배로 알리바바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미국인에게 친숙한 도어대시와 비교해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흥행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은 최근 실적 성장세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력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쿠팡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원)로 2019년(7조1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순손실은 4억7490만달러(약 5257억원)로 전년(6억9880만달러) 대비 2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한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서 1485만명의 충성 고객과 로켓와우 멤버십, 1만5000명의 직고용 배송인력,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빅테크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상장이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경우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인 티몬이나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 등의 상장 준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만성적인 적자로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해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스타트업에게도 상장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