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2005년부터 작년까지 16년 연속 흑자를 냈다. 거래 금액도 지난해 20조원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20조원), 네이버 쇼핑(21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규모다. 적자를 감수하며 지속적인 투자로 ‘승자 독식’을 꾀하는 쿠팡과 달리, 성장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3강 체제 굳어진 e커머스 시장약 161조원(작년 기준) 규모의 국내 e커머스 ‘천하’는 네이버 쇼핑, 쿠팡, 이베이코리아가 ‘3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정적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료회원 수도 쿠팡이 475만 명으로 1위고, 이베이코리아와 네이버가 각각 300만 명, 250만 명(작년 말 기준)을 확보하고 있다.
3사는 e커머스 업체라는 공통점 외에 성장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쿠팡은 ‘온라인의 이마트’ 격이다. 도매상과 산지에서 물건을 구매해 전국 170여 개 물류센터에 보관해놓고,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2001년 옥션을,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의 원조격이다. 주요 수익원은 입점 판매상들이 내는 수수료다. 네이버 쇼핑은 중개 사업이라는 점에선 이베이코리아와 비슷하지만, 정보 검색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e커머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 쿠팡 같은 ‘디지털 공룡’들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물로 나온 ‘대어(大魚)’이베이코리아의 핵심 경쟁력은 ‘협력’이다. 물류는 CJ대한통운에 전량을 위탁하고 있다. ‘인프라’는 기존 것을 이용하되, CJ와 협력해 온라인 주문에 특화한 자체 물류관리시스템(WMS)을 개발해 배송 지연 가능성을 확 낮췄다.
경쟁사일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홈플러스, GS더프레시, 롯데슈퍼와 손잡고 신선식품 등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입점 상인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즉시 정산해주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며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승자 독식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이베이코리아는 20년에 달하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기존 생태계와의 협력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작년 말 한국법인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베이코리아의 ‘내실 경영’이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쿠팡과 정반대 경영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는 ‘e커머스 원조’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유통산업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쿠팡 싹쓸이 막아줄 대항마”이베이코리아의 최대 단점은 성장성이다. 매출은 2015년 7993억원에서 2019년 1조954억원으로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코로나 특수’를 누리긴 했지만 상장으로 수조원을 조달할 쿠팡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등 유통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물자산이 거의 없는 e커머스를 조 단위 금액을 들여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야말로 쿠팡의 ‘싹쓸이 전법’을 막아줄 대항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스마일페이’를, 2017년엔 통합멤버십 프로그램(스마일클럽)을 각각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그간의 업력을 기반으로 20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이베이코리아의 최대 무기다. 안정적인 조직 문화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 이직률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말 선임된 전항일 대표는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들어와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업체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성장파와 이베이코리아를 필두로 네이버쇼핑, 11번가, 티몬 등 내실파로 나뉘는 상황”이라며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