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현금 바닥나 구조조정 불가피"

입력 2021-02-16 17:07
수정 2021-02-17 02:19
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GM 등 외국계 완성차 3사는 판매 부진 외에도 유동 자금 부족, 공장 가동 중단,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의 악재가 겹쳐 위기를 맞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최근 임직원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 경영난 탓에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회사의 절박한 사정을 설명했다. 시뇨라 사장은 우선 “지난해 회사가 보유한 약 2000억원의 현금이 소진됐고, 올해 시작도 좋지 않다”며 “판매 부진, 높은 고정비 지출, 부품 가격 상승으로 회사 보유 현금은 지난달에도 1000억원 더 줄었다”고 밝혔다.

시뇨라 사장은 편지에서 서바이벌 플랜의 목표를 △국내 제품 가치 제고 △XM3 유럽 수출 모델 경쟁력 확보 △구조조정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그는 “최대한 신속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현금이 급격히 소모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의 지난해 판매량과 생산량은 모두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손실을 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삼성차는 이달까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쌍용차의 ‘데드라인’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전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이 이달 말 종료된다. 쌍용차는 남은 기간 채권단 동의 등을 얻어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들어가야 할 절박한 처지다.

그러나 채권단 과반이 동의할지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대기업 등 30여 개 협력업체를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P플랜마저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품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멈춘 공장이 언제 다시 가동될지도 미지수다. 쌍용차는 17~19일에도 경기 평택공장 생산을 중단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작년 12월 법정관리 신청 이후 총 11일간 공장 문을 닫는 셈이다.

쌍용차는 협력사를 설득해 22일부터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납품을 거부하는 외국계 협력사는 플라스틱옴니엄, 로버트보쉬코리아, 서한워너터보시스템즈, 가레트모션코리아 등이다.

한국GM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가 부족해 인천 부평2공장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부평2공장은 수출 주력 차종인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월 1만 대 생산하던 곳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핵심 부품인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지금 발주해도 26~38주가 지나야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3분기까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