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16일(15: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유통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롯데리츠가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리츠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뺏길 위기에 내몰렸다. 3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앞둔 상황인 만큼 이 회사가 무사히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세보다 싼 신주와 쏠쏠한 배당수익을 앞세운 전략이 얼마나 주주들의 관심을 붙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리츠는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39% 내린 5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말 5500원선이 깨진 이후 약 3개월 간 7.2% 더 떨어졌다. 성장주 위주로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리츠주가 외면받은 영향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충격을 받은 유통업종 부동산을 핵심자산으로 보유 중인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롯데리츠는 리츠주 시가총액 1위 자리마저 내줄 처지에 놓였다. 16일 롯데리츠의 시총은 8770억원으로 ESR켄달스퀘어리츠(8653억원)에 바짝 쫓기고 있다. 인기 대체투자자산인 물류센터를 거느린 ESR켄달스퀘어는 지난해 말 상장한 이후 약 두 달간 16.3% 상승했다. 최근엔 보유 물류센터의 주요 임차인인 쿠팡이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코앞에 두면서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이 회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흥행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주 가격이 시세보다 싸게 결정되었더라도 신주 상장일까지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주주들이 얻을 시세 차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롯데리츠는 347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다음달 8~9일 주주들을 상대로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주 발행 예정가격은 4895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4.0% 낮다.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 신주로 주주들의 눈길을 끈 다른 일반 기업과는 다른 상황이다.
롯데리츠는 약간의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주들의 청약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롯데리츠는 현재 국내 상장리츠 중 공모가(5000원) 이상을 유지 중인 몇 안 되는 리츠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3~4월을 빼곤 줄곧 5000원을 웃돌고 있다. 이번에도 주가가 5000원대에서 바닥을 다진다면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한 주주는 조금이라도 싸게 신주를 받아 추가 배당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롯데리츠는 보유 부동산 임대수익의 대부분을 매년 두 차례씩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목표 배당수익률은 연 6%대다. 국내 대표 배당주인 맥쿼리인프라도 지난해 말 이 같은 전략을 통해 244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최대주주 롯데쇼핑(지분율 50%)이 일찍이 출자 의사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이번 청약에서 롯데리츠가 발행할 신주(7100만주) 중 절반인 3550만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롯데쇼핑을 제외하면 롯데리츠의 주주 대부분은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리츠 소액주주 보유 주식은 7730만8147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44.96%에 달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