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女선수, 피해자에 "네 글만큼 하지 않은 거 같은데?"

입력 2021-02-16 14:41
수정 2021-02-16 14:50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중학교 시절 저지른 학폭(학교 폭력)으로 사실상 퇴출당한 가운데 또 다른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여자 프로배구 선수 A씨가 피해자 측에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선수의 학교 폭력 의혹은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프로여자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불거졌다.

해당 글을 작성한 B씨는 "중학교 시절 머리를 박고 '가나다라'를 외우게 하거나 바가지에 눈물·콧물·침이나 오줌을 싸서라도 채우게 강요한 사람이 있었다"며 "그의 모습을 TV로 보는 게 괴롭다"고 했다. 글이 올라온 직후 수도권 연고 여자팀에서 뛰고 있는 A선수가 가해자로 거론됐다.

피해자 B씨의 언니라고 밝힌 누리꾼은 재차 글을 올려 가해자가 사과는커녕 "난 하지 않은 거 같은데 (학교폭력 주장이) 거짓말 하나 없이 다 사실이냐"고 했다고 폭로했다.

B씨 언니는 "가해자의 배구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기에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그저 이 글을 보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연락이 왔는데 사과의 말은커녕 자기들을 포장하며 어떤 분은 동생의 기억을 의심했다"며 "사과할 생각도 없으면서 전화를 하자하고 연락은 취해온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B씨의 언니는 "더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고 억지로 사과를 받아내고 싶지 않다. (동생은) 전화도 직접 만나기도 무서워하며 더이상 과거를 들춰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서 "무분별한 댓글로 상처 입고 싶지도 않고, 안타깝게도 제 동생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더이상 문제를 키우며 상처받고 싶지 않아한다"고 했다.

그는 "배구라는 종목이 당연히 스포츠이기 때문에 고된 훈련과 기합을 받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인격적이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이 글로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깨우치며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 측 주장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A선수는 B씨에게 "네가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네가 올린 글만큼 너한테 하지 않은 것 같다" "네가 올린 글 거짓말 하나도 없이 확실하냐"라고 묻는다.

이에 B씨는 "거짓말 하나도 없고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서 그대로 쓴 거다. 언니들은 제 입장에서 생각해 보셨느냐"라고 반문했다.

A선수는 "생각해봤으니까 (연락) 했지. (메신저 대화 말고) 나머지도 우리가 그랬다는 게 확실하지?"라고 재차 묻는다.

한편 B씨 측 주장과 관련해 A선수와 소속 구단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