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인텔의 구원투수로 나선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인텔은 겔싱어 CEO가 인텔 역사상 8번째 CEO로 취임함으로써 공식적으로 CEO 전환을 마쳤다고 16일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첫 직장인 인텔에서의 30년 근무를 포함, 40년 이상의 기술 업계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으로 꼽힌다.
1979년 첫 근무를 시작한 겔싱어는 인텔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수석부사장 겸 디지털엔터프라이즈그룹 총괄을 역임했다. 인텔 코어 및 제온 프로세서 개발 중추적 역할을 했다. VM웨어 CEO로 변모 VM웨어 연간 매출을 3배 성장시켰다.
겔싱어 CEO는 "신임 CEO로서 기술 발전의 모든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회사의 위대한 아이콘을 되찾아 다시 미래의 리더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감격적"이라며 "인텔의 열정, 역사, 기회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리더십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 인텔의 최고의 날은 우리 앞에 있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겔싱어 CEO는 △링컨기술학교 준학사 △산타클라라대학교 학사 △스탠포드대학교 석사를 거쳤다.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펠로우이자 국가 보안 통신 자문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업계는 겔싱어 CEO의 선임이 경쟁사 도전 및 미세공정 전환 지연 위기에 빠진 인텔을 구해낼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지만 생산·설계 경쟁에서는 대만 TSMC,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중앙처리장치(CPU) 판매량에서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갈수록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인텔의 대형 고객사가 잇따라 '탈(脫) 인텔'을 선언하는 것 역시 위기를 키우고 있는 요소다. 클라우드 서비스 최강자인 아마존은 자체 CPU를 개발해 쓰고 있고, 한때 동맹을 이뤘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체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인텔과의 긴 협력 관계를 청산하고 맥북에 자체 설계 CPU를 장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가 지난달 인텔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하는 등 근본적 변화를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겔싱어의 취임 이후 인텔의 경영 전략을 본격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독자 생산을 고집했던 과거와는 달리 당분간은 일부 제품은 TSMC 삼성전자 등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활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펫 겔싱어 CEO는 지난달 22일 열린 인텔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오는 2023년에 생산되는 제품 제작에 필요한 7나노미터(nm) 공정을 내부에서 제작하는 한편, 특정 기술과 제품은 위탁생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 파트너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펫 CEO는 이 자리에서 "인텔은 7나노 공정 생산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며 "오는 2023년 7나노 공정 제조를 내부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제품에 대해선 파운드리 협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